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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봉 민자의원,전반적국정운영 정면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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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봉 민자의원,전반적국정운영 정면비판

입력
199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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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위 기습발언… 후유증예고/“탈미접북·친북세력 영입·영합주의 개혁”/대선·취임사 거론 김대통령 직접겨냥도/지도부 당황·민주계 격앙… 당갈등 조짐 6공시절 총리를 지낸 민자당 노재봉의원의 1일 국회 대정부질문 발언이 정치권, 특히 여당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현정부출범이후 여당의원으로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강도높은 대정부비판에 여권핵심부는 물론 야당도 깜짝 놀랐다. 노의원의 이날 발언은 단순히 외교정책뿐아니라 현정부의 전반적 국정운영방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노의원은 총무단에 대정부질문 1∼2일전 내야하는 질문서를 발언직전에야 제출했다. 당지도부의 만류를 의식한듯하다. 그야말로 「작심」하고 덤빈 셈이다. 발언하는 동안 본회의장의 여야의석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했다.

 『열린 마음으로 갇혀진 말을 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는게 노의원의 첫마디였다. 정부의 북한핵문제 해결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노의원은 문민정부의 「신한국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는 지난 대선때 어느 후보도 북한핵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이상한 나라의 한심한 선거였다』고 은근히 김영삼대통령을 꼬집었다. 노의원은 이어『심지어 국가운영의 기본구상을 밝히는 취임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말한마디 없었다』고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취임사중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는 구절이 현정부의 「탈미접북」외교노선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대외정책을 「통미봉남」(미국을 통해 남한을 봉쇄함)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외교정책이 북한의 대외정책을 밀어주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 노의원의 주장이었다.

 노의원의 발언은 여야 모두로부터 보수시각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통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통일방안이 아니라「힘의 우위」라는 주장이나, 현시점의 통일논의는 좌나 우가 아니라 환상과 현실뿐이라는 지적은 그같은 시각의 단적인 사례이다. 노의원은 나아가 『사상초유의 일로서 야당과 친북세력의 박수를 받고 있는 것이 지금 정부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뒤 『국가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원칙없이 친북세력을 영입함으로써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여권핵심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노의원과 가까운 의원들도 『그 정도까지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노의원은 또 현정부의 남북정상회담추진을 문제삼았다. 그는 『정상회담의 환상에서 정부가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성사망후의 정부태도를 「어설픈 모습」이라고 지적한 노의원은 『8·15경축사에서는 느닷없이 자유민주주의노선을 천명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대북문제를 북이라는 상대는 접어둔채 대한민국속의 권력투쟁 수단으로 변질시켰다』는 주장이었다. 노의원은 개혁정책도 도마에 올렸다. 『몇가지 개혁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제한 노의원은 그러나 『찰나적 영합주의로 진행돼 결과적으로 국력을 소모하는 사례를 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수 없다』고 말했다.

 노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당지도부는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종필대표는 이한동총무와 무언가 숙의한뒤 즉시 노의원을 불렀다. 김대표는『대단히 유감』이라며 『앞으로는 조직인으로서 진지하게 당의 뜻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이총무는 본회의후 기자들에게 『노의원의 깊은 성찰이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자진탈당」등을 기대하는 듯한 부연설명을 했다.

 당내 민주계 인사들은 격앙했다. 문정수사무총장은 『문민정부의 강점은 다양한 소리를 포용하는 것』이라고 태연해하면서도 『당론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노골적이어서 『돈키오테같은 자가당착적 발언』 『분별력이 없다』는 등의 얘기가 나왔다. 반면 민정계 의원은 생각에는 동감하지만 행동에는 비판적인 것같았다. 보수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 민정계 의원은『조직을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두가지 관점에서 노의원 발언을 받아들였다. 정부를 비판한 부분에 대해서는 『맞는 얘기도 있다』고 부추기면서도 보수적 대북논리에는『시대착  오적』이라고 비난했다.

 노의원은 나름대로 이날 발언에 앞서 상당한 「각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핵심부의 대응에 따라서는 민자당내 심각한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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