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브로커 조직공모/밝혀진 것만 5억원·고위상납 가능성도/시·검찰,하위직 단순비리로 축소움직임 인천 북구청 세금횡령사건에 이어 터져나온 인천시공무원들의 청산금착복사건이 갈수록 확대돼 이 사건이 「제2의 북구청 세금횡령사건」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납대장을 변조하는 수법으로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의 환지토지 청산금 9억여원을 불법감면해주고 이중 5억여원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난 청산금착복사건은 북구청사건처럼 캐면 캘수록 비리의 윤곽이 자꾸 커져만 가는 양상이다.
특히 사건이 표면화된 직후 이봉석씨(41·전 인천시 도시정비과)등 관련공무원 6명이 잇따라 잠적하는가 하면 검찰수사결과 시공무원이 낀 토지브로커 5∼6명과 환지청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도시정비과직원간의 조직적인 공모를 통해 청산금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구월지구외에 송도·계산·십정1∼3지구 4천여필지에서도 권리면적등이 무단수정된 환지가 94건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90년도를 전후해 환지설명서·청산금수납대장등을 대량변조, 수십억대의 청산금이 횡령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산금이란 토지구획정리사업결과 도로등 공공용지로 편입되는 개인소유 토지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것으로 ▲환지받은 토지면적이 기존토지보다 많을 경우 토지주가 시에 초과분만큼의 청산금을 납부하며 ▲환지면적이 기존토지보다 적을 경우에는 시가 토지주에게 차이분의 청산금을 주게 된다. 이번 경우는 토지주가 시에 납부하는 청산금의 일부를 시공무원이 중간에서 감면해주겠다며 가로챈 것이다.
이번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꼬투리가 잡혔다. 지난달 12일 토지주 김모씨가 청산금 4천6백만원에 대한 납부영수증발급신청을 인천시에 낸 것이 발단이 됐다. 청산금은 토지주가 은행에 직접 납부토록 돼있어 이런 민원을 받아본 전례가 없는 인천시가 문서고에 보관된 청산금 수납원부와 사무실에서 비치, 사용중인 사본을 대조한 결과 수배중인 이씨등 도시정비과직원들이 모두 9억여원의 청산금을 불법감면해준 사실을 밝혀냈다. 인천시가 자체감사를 통해 현재 적발한 청산금감면유형은 청산금수납대장을 변조해 ▲환지면적축소및 권리면적확대 ▲청산금단가축소 ▲인접토지에 허위합병등 3가지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22일 이씨등 도시정비과직원 2명이 토지주로부터 2천5백만원의 뇌물을 받고 1억8천여만원의 청산금을 줄여준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조사결과 달아난 이봉석씨등 관련공무원이 토지브로커 최모, 장모, 방모씨등과 짜고 토지주로부터 청산금을 받아 최소한 5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져 직원들이 단순히 뇌물수수의 대가로 청산금을 줄여준 것이라는 인천시의 당초 발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일시불로 청산금을 낼 경우 감면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시직원에게 직접 청산금을 납부했다는 토지주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북구청세무과처럼 도시정비과가 수납한 청산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하고 이중 일부를 고위공무원에게 상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특히 이씨가 감면해준 1억8천여만원의 청산금외에 나머지 감면된 7억2천여만원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척되면서 청산금불법감면을 통한 횡령에 가담했을 공무원이 수십명선으로 늘어날 공산도 커지고 있다. 또 구월지구외 5개 구획정리사업지구중 3백80여건의 환지에서 권리면적등 기재내용이 수정됐고 94건이 무단수정돼 이중 상당수가 불법변조됐을 가능성이 높아 초대형비리로 확산될 전망이다.
토지구획정리사업은 비단 인천시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민원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고 환지를 둘러싼 각종 특혜 또는 공무원의 뇌물수수등으로 말썽이 많았으나 이번처럼 조직적인 공모하에 횡령사실이 밝혀지기는 처음으로 검찰이 과연 어느정도 그 전모를 밝힐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당초부터 이를 단순 뇌물수수사건으로, 검찰은 하위직공무원에 의한 단순횡령 또는 사기사건으로 사건의 성격을 애써 축소하고 있어 오림포스 슬롯머신사건처럼 하위직공무원 몇명만 구속하는 선에서 흐지부지될 우려도 없지 않다.【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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