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견디기 어려운 일의 하나가 무료함이다. 그것은 할일이 없어 단순히 심심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과 몸을 병들게 만드는 노후건강의 적이다. 우리 주변에서 60대후반이나 70대초반으로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한, 노인아닌 노인들이 시간을 주체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런 노인들 가운데는 경로우대증만 갖고 집을 나서면 얼마든지 무료로 버스를 이용해 나들이 다닐 수 있었던 때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다. 80년대 5, 6공시절 각 분야에서 「고령자」를 밀어내는 억지춘향의 물갈이를 하면서 만들어 낸 것이 경로우대증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경로우대증을 주어 버스무료승차권을 대신하게 한 것인데 노인들에게 생색은 크게 냈지만 그 부담은 온전히 영세한 버스업체들에 떠맡겼었다. 사회전체가 져야 할 경로비용을 왜 우리만 부담하느냐는 반발속에 노인들에 대한 버스 승차거부로 시비와 물의가 잇달았다. 경로가 아니라 오히려 노인을 천대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여론도 높아지면서 지난 90년부터 이 제도는 슬며시 폐지됐다.
대신 정부가 노인버스표(경로승차권)를 따로 발행하고 버스회사가 이것을 모아오면 돈을 내주는 방식을 써오고 있다. 그러나 이 버스경로승차권은 한사람앞에 한달 12장꼴밖에는 지급이 안된다. 분기별로 주소지 동회에서 65세이상 노인들의 신청을 받아 36장씩을 주고 있다.
그 비용은 작년까지 국고 70%, 지방비 30%로 해결해오다 금년부터는 전액을 지방비에서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처럼 재정형편이 괜찮은 일부지방자치단체가 한달 20장씩으로 지급량을 늘린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한달 12장꼴의 비용을 부담하기도 힘겹다는 식이다.
65세이상 노인은 전국에 2백45만명, 서울에 47만명이 살고 있다. 보사부 집계에 의하면 작년 한해 경로승차권 사용실적은 91·2%(전국), 서울은 93% 였다. 버스표 한장은 2백90원, 따라서 매년 사용실적이 이와 비슷하다면 서울시는 연간1백82억원정도의 예산을 부담하는 것이 된다. 서울시는 더 이상의 예산배정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지만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한번 나들이를 왕복 두장만으로 해결한다고 쳐도 한달중 엿새분에 불과하니 교통비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이 크다.
가난한 노인을 돕는다는 복지사업의 개념이 아니라 경로의 차원에서 우리사회가 시작한 이 제도를 명실상부하게 지탱해 나가려면 예산확보, 집행과정의 보다 치밀한 행정기술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민간사회단체가 공동출연으로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든지 무슨 다른 근본대책이 있어야 한다.<생활과학부장>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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