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수주·하청… 예정가 41% 시공도/무면허업자 선호… 대금도 제때 안줘 대형참사를 초래하는 부실시공은 엉터리 감리와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하도급과정에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덤핑입찰로 공사를 따내고도 이익을 내고 정치권·관계에 뿌릴 비자금까지 만들어내는 「비결」이 바로 이 하도급과정에 있는 것이다. 원청업체들은 헐값으로 하청업체에 공사를 떠맡기고 대금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무면허업체에게 공사를 맡기거나 아예 무면허업자를 임직원으로 앉히는 위장직영(직영)등의 온갖 불법행위로 덤핑수주의 손실을 만회한다. 또한 하청업체와의 거래에서 이중영수증, 이중장부를 만들어 대형공사 수주에 필요한 비자금을 만들어 낸다. 결국 헐값공사를 떠맡은 하청업체들은 설계와 동떨어진 시공을 하고 불량자재를 사용, 뜯긴만큼 부실시공을 하게 된다.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회(위원장 이세중대한변호사협회장)는 「건설부조리실태 및 방지대책」보고서에서 이같은 불법적인 하도급과정을 다각적으로 분석,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하청업체들중 절반가량인 49.3%(91년도기준)가 원청업체들이 당초 수주한 원도급가격의 70∼80%의 하도급가격에 공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도급액의 81%이상으로 하도급을 받은 경우는 30.5%였으며 70%이하로 하도급을 받은 경우도 20.3%나 됐다. 원청업체가 덤핑입찰로 발주처가 제시한 예정가의 70%에 수주한뒤 다시 원도급액의 70%로 하도급을 줬을 경우 공사비는 예정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9%로 떨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이같은 하도급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도 않는다. 보고서에 의하면 91년도 건설업계의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것만도 2백72건에 달해 제조업부문(1백88건)을 능가한다. 특히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대금미지급」의 경우 제조업부문이 11건인데 비해 건설업은 무려 5.2배인 5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업체들은 덤핑입찰로 공사를 따낸후 로비를 통한 설계변경으로 추가공사비를 받아내고도 하청업체들에게는 이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 물가상승등으로 공사비 추가지출요인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이 보고서는 또 하청업체들은 인건비와 자재비등을 현금으로 지출해야 하지만 원청업체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직불로 받는 비율은 4.27%(91년도기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청업체들은 하도급대금을 대부분 어음으로 지급하는데 하청업체들이 어음을 현금화하기 위해 사채업자에게 떼이는 할인료(통상 15%)를 원청업체로부터 받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어음결제는 곧 15%의 대금삭감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불법행위가 판을 치는 대부분의 하도급과정에서는 최종하도급대금은 예정가의 41%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청업체가 70%로 공사를 따내 하도급업체에 70%로 공사를 맡길 경우 어음할인료로 인한 대금삭감(15%)까지 감안하면 결국 하도급대금은 예정가의 41.6%로 떨어진다.
어음이라도 제때 지급된 경우는 많지 않다. 건설업계 원청업체들이 하청업체에 대한 대금지연지급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건수는 91년 47건에 달해 제조업부문 총18건의 2.6배에 달한다. 더구나 하도급대금의 연체이자는 지불하지 않는게 건설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어 하청업체들은 대금을 떼이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는 실정이다.
건설업체들은 하도급대금을 마음대로 깎을 수 있는 무면허 하도급업자를 선호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통계청등의 공식자료에 나타난 하도급비율은 20∼30%정도인데 비해 국토개발연구원이 공사현장을 토대로 집계한 하도급비율은 50%이상이다. 따라서 전체 시공금액의 12∼25%가량이 비공식적인 하도급으로 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하도급은 원도급업자에게는 하도급대금을 후려치는 구실이 되고 무면허하도급업자에게는 면허보유부담을 덜고 부가가치세(10%)을 물지 않는 방편이 된다.
보고서는 또 불법하도급의 유형은 ▲법으로 허용된 이상으로 재하도급을 주거나 ▲시공능력과 면허도 없는 업자가 면허를 빌려 수주만 따내고 다른 업자에게 공사를 넘기면서 도급차액만 챙기는 일괄하도급 ▲무면허업자를 임직원으로 앉히는 위장직영(직영)등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위장직영은 무면허업자를 임직원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45.4%로 가장 많고 ▲무면허업자를 현장소장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21.1% ▲면허업자를 임직원으로 앉히는 경우 19.0% ▲자재납품형식의 무면허업자에 의한 시공 14.5%등이라고 밝혔다.【유승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