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인파 유사시 작전에 장애/공항인접… 공중폭탄투하 우려도 백악관 총기난사사건으로 백악관의 전반적인 보안체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있다. 미대통령 경호실과 연방수사국(FBI)등은 백악관에 대한 지상및 공중공격에 대비해 철통같은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행물체의 접근을 조기 탐지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배치돼 있는 백악관 옥상에는 평시에도 망원경을 지참한 경호원과 저격수들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기도 한다.
또 백악관주위의 출입구는 차량 테러방지를 위해 철골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백악관의 주요건물 내벽에는 방탄자재가 들어가 있고 창문도 대개 방탄유리로 돼있다. 또 사람키 두배가량의 담벽에도 감시장치가 달려 있어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의 접근을 즉시 포착할 수 있게 돼있다. 폭발물 탐색견이 수시로 백악관 인근도로를 순찰하기도 한다.
이처럼 철통같은 경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비체계가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대통령 집무실과 침실이 도로변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의 폐쇄주장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 도로는 차량의 왕래도 빈번하지만 백악관 건물을 들여다 보려는 행인과 관광객들로 늘 분주하기 때문에 유사시 작전에도 문제가 따른다.
백악관 경호관계자들은 29일 사건당시에도 범인을 목격하고 정조준까지 마친 상태에서 관광객이 다칠까봐 발사를 못한채 머뭇거리다 현장에 있던 2명의 시민들에게 범인체포를 떠맡긴 셈이 됐다고 밝혔다. 시민때문에 총격난사를 사전에 적절히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담벽근처의 인도뿐만 아니라 길건너편의 라파예트공원 길가에도 수많은 관광객과 상주 시위대가 들끓어 경호작전 수행에 장애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밖에도 지난번 세스나기 사고때 드러난바 있듯이 백악관은 공중공격에도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내셔널공항과 너무 인접해 있기 때문에 백악관 상공의 항공통제구역 방어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내셔널공항을 빈번히 드나드는 민간항공기를 가장한 테러집단에 의한 폭탄투하 가능성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경호관계자들은 이같은 점들을 대부분 시인하면서도 비록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대통령 경호체계에 큰 문제는 없다고 단언한다. 한 관계자는 『백악관 경호대책은 근본적으로 방어적인 것』이라면서 『유사시 대통령과 가족들을 지하시설로 대피시키는 것이 우리가 최초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백악관 인근도로인 펜실베이니아 애버뉴 폐쇄문제가 다시 대두되고있다. 오래전부터 대통령경호실 관계자들은 조지 워싱턴대통령이후 모든 미대통령의 주소지가 돼온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의 15번가와 17번가 사이를 일반인으로부터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제안은 지난달 12일 백악관앞 남쪽 잔디밭에 경비행기가 추락한 사건직후에도 나왔다. 그러나 백악관측은 백악관에 대한 전반적인 경호강화방안이 발표될 내년 1월초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해왔다.
클린턴대통령은 세스나기 추락사건 직후 『「국민의 집」인 백악관은 계속 미국인에게 공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온 파네타백악관비서실장도 29일 총기난사사건이후 펜실베이니아 도로폐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대통령의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백악관에 대한 일반의 접근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백악관 경비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남에 따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의 일부를 폐쇄할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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