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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의 해체위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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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의 해체위기(사설)

입력
199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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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기강이 왜 이런가. 어쩌자고 규율의 대명사여야 할 국토방위의 보루가 잇따라 이 지경으로까지 문란해져야만 하는가. 건군사상 유례없는 장교집단무장탈영 및 사병들의 장교 길들이기 하극상사건이 터져 국민을 경악시킨 게 지난 9월27일이었다. 그런데도 불과 한달만에 이번엔 길들이기 하극상도 모자라 사병이 소대장·중대장등에게 바로 총질까지 해 목숨을 끊는 최악의 하극상 사태까지 빚어지기에 이르렀으니 놀랍다 못해 할말을 잃게 된다.

 사격훈련이란 「견적필살」의 안보유사시에 대비한 군의 필수적인 훈련과정임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또한 훈련이되 인명살상위험의 실탄을 쏘기 때문에 가장 엄정한 군기와 사격통제조치 아래에서만 행해져야 하는게 기본상식이다.

 그런데도 얼마나 전방사단 사격훈련장의 기강과 통제가 허술했으면 사병이 감히 총부리를 거꾸로 돌릴 수 있었단 말인가. 더욱 통탄스러운 사실은 그런 돌발사태에 대한 대비나 안전대책마저 없어 학사장교 소대장과 육사출신 중대장등이 목숨을 잃게 한 것도 모자라 그 총격하극상 사병을 체포하지도 못해 자살토록 방치한 것이다.

 결국 군기부재에다 돌발사태 제압능력마저 상실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 이번 사태야말로 군 스스로의 기강해체위기임을 뜻한다고 규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관들을 죽인 그 사병의 「영점사격」은 바로 군의 심장을 겨눴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단 말인가고 탄식하기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는 소리가 넘쳐흐른다. 그간 온갖 연쇄참사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국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려왔는데, 규율과 기강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군이라고 해서 과연 달랐던 게 있었는지 군당국은 한번 냉철히 자문해 보라. 오히려 앞장서 기강해이경쟁을 벌여온 인상만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군기 및 조직해체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최고당국이나 군지휘부의 자세에도 큰 문제가 있음도 분명하다 하겠다. 그동안 엄청난 충격사태가 터질 때마다 대국민사과나 국회답변을 통해 책임지고 재발방지와 거듭남을 겉으론 다짐하면서 실제로는 지휘책임을 어물쩍 모면해왔던게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그래서 이제야말로 국방 및 군최고책임자들에게 통수권차원에서 군율의 지엄함과 책임의 무거움을 실감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남은 방법은 다시 시작하는 것 하나이다. 상층부에 대한 지엄한 군율적용의 문책과 함께 밑바닥에서부터 근원적으로 차근차근 다시 기강을 세우고 군기를 잡아나가는 일이다. 통수권적 결단과 분발을 진정 촉구한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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