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모습 보일것·세상사랑 실감” 서면진술/두목 김은 「12·12」거론 고함까지 지존파일당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두목 김기환(26)과 김현양(22)을 제외한 5명은 모두 고개를 숙인채 체념한듯한 표정이었다.
○…두목 김기환은 사형 선고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재판후 호송차에 오르기 직전 검찰의 12·12사건을 의식한 듯 『전직대통령들은 모두 무죄인데 왜 나는 유죄냐』고 고함을 질렀다. 김은 공판시작 전에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법정에 들어와 매서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동은피고인(22)의 애인으로 시체소각에 가담한 혐의등으로 징역 5년이 구형된 이경숙피고인(23)은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믿기지 않는 듯 옆에 앉아있던 여교도관에게 다시 한번 선고내용을 확인한 뒤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1·2차 공판때 피고인들에게 『할말이 있으면 서면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는데 일당 6명중 김기환을 제외한 5명이 27일 심경을 밝히는 서면을 제출했다.
강동은은 『무슨 염치로 구차한 목숨을 살려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 소원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새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현양은 『경찰에서 고문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형사가 묵주를 줘 처음으로 선악을 구별하게 됐다. 모르는 사람이 넣어준 영치금 10만원과 성경책을 붙들고 울며 세상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고 썼다.
○…피고인 가족중 유일하게 재판을 지켜본 백병옥의 가족들은 사형이 선고되자 비통한 표정으로 힘없이 법정을 빠져 나갔다.
백의 어머니는 지난 18일 첫공판후 매일 법원에 나와 담당재판부 사무실앞에 서있다 돌아가 법원직원들의 동정을 받았다.
○…이날 공판정에는 취재진등 2백여명이 몰렸다. 이중에는 홍콩 주간지 「이스트위크」지등의 외신기자들도 여러명 눈에 띄었다. 법원은 이날 법정안팎에 50여명의 교도관을 배치하는 한편 재판에 앞서 『질서를 유지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현상엽기자】
◎지존파 1심선고문 요지/“잔악살인 어떤 이유로도 관용안돼”
1,범행 동기=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소외된 환경속에서 자라나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살아왔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잘 살 수 없었던데 비해 이른바 「가진 자」들은 대부분 부도덕하게 돈을 모은 사람들이면서도 부도덕하기 짝이 없어 이들을 이 사회에서 제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들이 결손가정이나 곤궁한 가정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것을 알 수 있고 환경적 요인이 건전한 성장을 저해한 면이 있었다는 것도 짐작할 수는 있으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주어진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 결과 훌륭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보면 범행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피고인들의 사고방식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2,살해의 수단·방법=길가던 처녀를 집단 강간한 다음 증거를 인멸하고 장래에 대비한 살인시범을 보인다는 명목하에 목졸라 죽이고, 시체를 매장하거나 애원하는 동료를 곡괭이와 돌멩이로 무참히 찍어 살해한 후 매장해 버렸다. 또 살해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같이 납치한 애인으로 하여금 살해토록 하였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부부를 살해한 다음 도끼로 시체마저 토막내 소각한 것에 이르러서는 인간성 말살의 만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결론=살인범행의 동기, 범행대상의 무작위내지 무차별성, 범행수법의 잔혹성과 간교성,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인명을 살해할 수 있는 파괴된 인격및 범행후의 정황에다 그로 인해 죄없는 선량한 시민이 5명이나 절망감과 두려움속에서 희생된 참혹한 결과, 앞으로 평생 유가족들이 겪어야 할 엄청난 고통, 이른바 「지존파」사건으로 보도되어 전국민을 심각한 불안을 넘어 좌절감마저 느끼게 했던 사회적 반향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죄책은 실로 중대하다.
비록 피고인들의 성장환경에 안타까운 면이 있고 아직 미숙한 20대의 청년이어서 인간적으로 동정의 여지가 있고 일부 피고인들은 다소 반성의 빛을 보이고 있지만 죄와 형벌의 균형, 피고인들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일반예방적 견지에서는 물론 물질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심화된 인간성의 상실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피고인들을 극형으로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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