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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와 대형사고/이세중칼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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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와 대형사고/이세중칼럼(화요세평)

입력
199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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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발생한 잇단 대형사건 사고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병리현상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나타낸 것으로 본다. 인천 북구청의 대규모 세금횡령사건, 건설한지 15년밖에 안된 성수대교가 붕괴한 사고, 그리고 충주호의 유람선 화재사고등 모두 그 근본원인은 부정부패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이들 대형사건의 원인이 궁극적으로 부정부패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정부패의 해악이 얼마만큼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는지 직접 체험한 셈이다.

 부정부패는 흔히 개발도상국가에 있어서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산물로 여겨왔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어느 단계에 이르러 민주주의의 발전을 촉진시키면서 부정부패를 억제하는 자정능력이 향상되고 이를 통하여 부정부패가 점차 감소하는 것이 선진국의 모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과거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한때 정치권의 부패, 행정관료의 부패를 경험하면서 그 사회적 해악을 인식하고 이를 추방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인 사례가 있음을 기억한다.

 부정부패는 민주주의 원칙이 준수되고, 도덕성과 인간성이 확립된 사회에서는 활개를 치지 못한다.

 그런 연유로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아니한 후진국일수록 부정부패가 만연되고 반면에 선진화된 나라에서는 그 모습을 좀처럼 보기 드문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매우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여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경제우등생」이란 평가를 받아온 우리는 외형상의 화려한 발전에 도취한 나머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하게 번진 부정부패를 추방하는데 등한히 하였다.

 더구나 장기간의 권위주의 통치를 지내오는 동안 부정부패는 권력주변에서 기승을 부려 점차 대형화하고 권력상층부의 부패는 공직사회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말았다.

 우리의 부패구조는 위로부터 아래로 「하향식구조」로 관행화되어 고질적인 만성질환으로 변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 정권은 이런 고질화된 부패에 대하여 이를 추방하거나 척결할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 결국에는 치유하기 힘든 중증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이다.

 부정부패는 국가의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잠식하고 국민의 건전한 가치관을 좀먹어 끝내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협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도로 교량 철도 항만등의 건설과정에서 마땅히 공사에 투입되어야 할 공사비나 자재가 공직자에 대한 뇌물등으로 상당량이 잘려나가고, 업자들의 호주머니속으로 흘러나가게 되니 부패구조아래서 건설한 도로나 교량이 안전성을 유지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또 공공시설이나 구조물을 관리하는 관청이 마땅히 시행해야 할 안전점검과 보수유지를 게을리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지 아니한채 급하지 않은 용도에 충당하였다면 그 구조물의 안전은 유지될수 없을 것이다.

 각종 재난사고를 예방하고 감시해야 하는 공무원이 업자의 부당한 청탁에 이끌리어 단속업무를 게을리하였다면 대형재난사고는 미리 예견되는 현상이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발생한 대형사건은 결국 우리의 고질화된 부패구조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과거 부패구조에서 형성된 많은 구조물이 언제 또 대형사고로 둔갑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 널려있다.

 대형사고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안겨 주었지만, 우리는 이번의 충격과 아픔을 미래에 대한 대비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고통을 주는 만큼 깨닫게 한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우리가 겪은 아픔속에서 과거의 잘못을 깨닫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널려있는 부정부패를 몰아내지 않으면 또다시 대형사고에 직면할 위험성이 있음은 물론이요, 국가적 차원에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탈락하게 되는 중대한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나 국민 모두 합심하여 부패추방에 나서야 할 때다.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강력하게 전개한 부정부패 추방작업이 주춤한 사이 공직사회의 부정이 다시 활개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개탄하는 국민의 소리는 바로 애국의 목소리임을 깨달아야 한다.<대한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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