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인선과정 등 혼선·국정장악력 약화 비판/민주계도 ”보좌기능 이상” 신중한 동조 민자당 정세분석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내부의견」이라는 형태로 여권핵심부의 국정관리방식을 비판하는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해 당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견은 『성수대교 붕괴참사로 비롯된 정국긴장에 대처하고 집권후반기의 원만한 정치일정 추진을 위해서는 인사를 포함한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뜻과 함께 김영삼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비서진의 상황인식과 타개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원종 전서울시장을 우명규시장으로 급히 경질하는 후임인선과정에서 여러 배경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시장파문」까지 겪게 되자 『청와대보좌팀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연초 외교안보팀의 혼선이 문제될 때부터 청와대비서진들에 대한 불만이 산발적으로 제기돼왔지만 이번 경우 그 강도와 겨냥범위가 한층 높고 넓을 뿐 아니라 민주계도 동조하고 있어 집권세력 내의 틈새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기류는 최근들어 청와대보고채널의 이상을 부쩍 거론하는 민주당의 공세와는 맥락을 달리하는 것이지만 『집권초기에 비해 여권핵심부의 국정장악력과 대처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느 누구도 쉽사리 부인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성수대교참사 이후 청와대 당국자가 먼저 이전시장의 직무유기에 따른 구속수사방침을 흘리다가 우시장도 서울시부시장시절 책임계선상에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실무자 조사결과 이전시장등을 소환할 혐의가 없다』고 석연찮게 후퇴한 것등은 내부조율의 허점을 드러낸 단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실세중 한 사람인 김덕룡의원등은 『청와대팀들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보좌하지 못하는 데다 문민정부가 이룬 큰 일들을 체계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부정적 측면만 일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다른 민주계인사는 『위에서 개혁을 외치면 오랜 권위주의적 통치에 젖어온 관료사회등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치살피기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여론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해 직언하는 풍조가 갈수록 흐려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청와대의 상황인식과 여론 사이에 차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보좌그룹의 최우선적 과제고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도 면밀히 따져 국민들에게 「절제된」 모습을 투영시켜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가 못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물론 문정수 사무총장등 당직자들은 『대통령이 제대로 된 여론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대통령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항상 귀를 열어두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얘기를 부인하고 있다.
또 청와대비서진의 책임자가 주요 표적이 되긴 하지만 특정인사를 공개적으로 거명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결론은 비서진의 팀웍문제로 모아지고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다는 것보다 비서진의 이완된 분위기』로 요약된다. 『대통령이 하나에서 열까지 국정을 챙긴다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대통령의 하명만 기다리는 태도로는 언제 어디서 국정의 구멍들이 생길지 모른다. 청와대비서진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덤빌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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