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억센 외모·박력있는 연출/가장 미국적인 영상작가/「엘머 갠트리」선 종교의 상업성 신랄히 해부/기교보다 각본에 비중… 아카데미 각본상도 해병대출신으로 짧은 머리에 억세게 생겼던 리처드 브룩스(RICHARD BROOKS)는 가장 미국적인 감독으로 그의 작품 스타일은 근육질형이다. 할리우드의 이단자였던 브룩스의 영화는 긴장되고 강건하며 힘차고 대담했다.
이런 특징은 초기 작품인 「데드라인 USA」(52년)와 브룩스의 출세작 「폭력교실」(55년) 그리고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열연한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59년) 및 「엘머 갠트리」(60년), 또 박력있는 웨스턴 「프로페셔널」(66년)과 기록영화적인 「냉혈」(67년)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중에서도 버트 랭커스터(지난 20일 81세로 사망)가 협잡꾼 전도사로 나와 셔츠바람에 땀을 뻘뻘흘리며 텐트집회 군중들에게 『당신들은 죄인들이야』라고 소리지르는 「엘머 갠트리」(ELMER GANTRY)는 브룩스의 거센 체질이 가득 배어있는 강렬한 드라마다. 타고난 세일즈맨인 갠트리와 아름다운 여전도사 사라(진 시몬즈―이 영화로 브룩스의 아내가 됐다)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종교의 최면성과 쇼맨십 그리고 상업성을 통해 신과 종교의 참된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거짓 선지자가 판을 치는 요즘 다시한번 볼만한 영화다.
글재주가 좋았던 브룩스는 고향 필라델피아의 템플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 스포츠기자로 활약했다. 뉴욕을 거쳐 LA에 와 NBC라디오드라마를 건당 25달러씩 받고 열달간 매주 5편씩 써내면서 시나리오와 소설도 썼다. 그는 영화제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각본이라고 생각해 카메라동작이나 트릭같은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기가 감독한 많은 영화의 각본을 직접 썼는데 「엘머 갠트리」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브룩스는 이밖에도 감독·각본부문에서 모두 7번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이 원전인 「엘머 갠트리」는 랭커스터가 맹렬하고 카리스마있는 연기로 아카데미주연상을 받은 탄탄한 구성의 영화다. 갠트리가 술에 취해 『사랑은 새벽별이요 저녁별이며』라면서 예수를 쿼터백에 비유하며 말씀을 팔아먹는 모습은 가히 톱세일즈맨상감이다. 신학교서 쫓겨난 야심만만한 그는 뛰어난 언변과 야성미를 이용, 사라를 정복하고 우매한 무리들을 사로잡는다.
「엘머 갠트리」는 랭커스터가 혼자 짊어지다시피한 영화였다. 브룩스는 이 작품을 『돈과 섹스와 종교를 한꺼번에 원하는 모든 사람들, 즉 올아메리칸보이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었다.
갠트리에게서 버림받고 창녀가 된 룰루역의 셜리 존스가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고 작품과 음악(앙드레 프레빈의 음악이 스릴러분위기를 조성한다) 부문 아카데미상 후보작이다. 성가대원으로 패티 페이지도 나온다.
50∼60년대초 절정기에 주로 MGM을 위해 활동한 브룩스의 연출스타일이나 글은 일필휘지식이었다. 그래서 복잡한 내용이나 성격의 작품에는 약해 피상적이요 평범한 멜로드라마로 만들어놓곤 했다. 둘다 문학작품이 원작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58년)과 「로드 짐」(65년)등이 그같은 경우다. 고집이 세 자기 뜻대로 작품을 만들다보니 자기 체취가 뚜렷한 작품도 많지만 더러 엉뚱한 영화도 내놓았다. 65년부터는 제작 감독 각본가의 1인3역을 했다. 92년 80세로 사망했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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