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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의 훈장(장명수 칼럼: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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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의 훈장(장명수 칼럼:1737)

입력
1994.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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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병소위 조창호 군번 212966 국방장관님께 무사귀환을 신고합니다』 6·25 때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지 43년만에 북한을 탈출한 조창호씨가 지난 25일 이병태 국방장관에게 「귀대신고」를 했을 때,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 군병원 병실에서 환자복 차림으로 거수경레하는 노병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연세대 재학중 전쟁이 터지자 자원입대하여 1951년 강원도 인제 전투에서 포로가 됐던 그는 64세의 쇠잔한 몸을 이끌고 고향에 돌아 왔다. 민족분단의 비극 속에 그의 생은 갈갈이 찢겼으나, 감옥과 탄광을 전전하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귀향의 갈망이 그의 「무사귀환」을 가능케 했다. 그의 20살 청춘과 조국수호의 열의가 빛나던 땅에 돌아온 그는 아직 피가 끓는 소위였다.

 전쟁중에 전사통지를 받고 그가 죽은 줄 알고 있던 형제들과 꿈처럼 상봉하며 이산가족의 비극을 새삼 일깨우던 그는 「귀대신고」 이후 「군인의 귀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간부들은 줄줄이 그의 병실을 찾아 그가 보여준 불굴의 군인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후배들에게 훌륭한 군인의 길을 보여주었다고 감사했다. 김영삼대통령도 그를 방문하여 『조소위의 북한탈출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인간승리의 표본이며, 국민에게 조국과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고 찬양했다.

 국방부는 장교 무장탈영과 하극상사건으로 군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져 있는 마당에 조씨의 귀환이 군의 사기를 되살리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귀대환영 및 전역식을 준비하고 있다. 조씨에게 군의 최고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하고, 43년간의 봉급을 지급하고, 그의 영웅적 행위를 장교들의 정신교육에 적극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온 국민은 조창호씨를 뜨겁게 환영하고 있고, 분단에 희생된 그의 생을 어떤 형태로든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 노병의 귀환을 무리하게 이용하려는 국방부의 호들갑에 차츰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가 무슨 무공을 세운 것은 아닌 데 왜 최고의 무공훈장을 주겠다는 거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고, 『북한에서 이인모노인을 이용하는 것과 비교되어서는 안될 텐데』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국방부는 조씨의 귀환으로 부각된 북한 내의 6·25 포로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등 좀 더 본질적인 일을 서둘러야 한다. 노병의 귀향을 이용하려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진정으로 그를 맞이하는 도리가 아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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