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정가 절반에도 서로 덤벼 『그 돈으로 제대로 지을 수 있나』 하루에도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심한 경우 적정공사비의 절반가격에 건설되는 덤핑입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9월과 10월 실시된 서울시 2기지하철 마지막 22개공구중 14개공구에 대한 입찰에서 ▲6호선 신내―신내차량기지(1.6㎞ 구간은 동성종합건설이 예정가 8백87억5천5백만원의 약45%인 4백7억9천9백만원 ▲7호선 청담―논현(3.33㎞) 구간은 코오롱건설이 예정가 9백28억1천9백만원의 약49%인 4백59억2천6백만원에 각각 낙찰받았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가 예상한 적정공사비의 절반도 채 안되는 공사비로 지하철을 놓겠다고 덤벼 공사를 따낸 것이다.
예정가란 발주기관이 공사에 필요한 물자등을 고려, 정부의 품셈표에 따라 산출한 최소한의 공사적정가격. 토목전문가들은 시공업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물자·장비를 이용한다 해도 예정가의 85%이하의 낙찰가격으론 정상적인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하철 6·7호선의 경우 6호선 이태원―한남―약수(3·6㎞) 구간, 7호선 논현―반포(2.12㎞) 구간도 역시 각각 예정가의 52%, 59%선에 낙찰되는등 대부분 예정가의 85%이하로 낙찰됐다.
대구지하철도 낙찰금액이 예정가의 85%에 훨씬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2년말 입찰이 실시된 대구지하철 1호선 15∼18공구 입찰에서 일신진흥과 동성종합건설이 예정가의 77∼78%선에 공사를 수주했다. 예정가가 1백99억6천7백31만원이었던 15공구는 일신진흥이 1백54억8천4백87만2천원에, 예정가 2백7억2천66만8천원이었던 16공구는 동성종합건설이 1백60억5천9백30만원에 각각 따냈다.
건설업체들이 이처럼 터무니없이 낮은 입찰가로 무리하게 공사를 따내는 것은 입찰자격 사전심사제 때문이다. 실적이 없는 건설업체들은 아예 입찰참여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현 제도상의 맹점 때문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덤핑입찰로 공사를 따내 실적을 쌓는 것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정가와 낙찰가의 차액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출해가며 손해를 볼 리 없다.
토목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이 덤핑입찰로 공사를 일단 따낸 후 설계변경등을 통해 공사비를 변칙으로 늘리거나 값싼 자재를 쓰는등의 편법으로 덤핑입찰 손실을 보전하는 사례가 많다』며 『감리가 엄격히 시행되지 않는 한 덤핑입찰은 대형사고를 부르는 부실시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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