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감시기능 중요… 정책 집행현장도 추적을 지난주 신문의 지면은 어느 신문할 것 없이 질타와 호통과 비판으로 가득했다. 사과·담화문을 발표하는 대통령의 초췌한 모습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언론의 덕을 적지않게 보았던, 그래서 언론의 보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관리능력에까지 시비를 걸고 들어오는 언론의 비판에 얼마나 충격과 심고가 컸을까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서울시장의 졸속인사와 검찰수사 축소의 관계를 추궁해들어오는 언론의 비판에는 은은한 살기마저 감돌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쯤이면 대통령에게 언론은 더 이상 고마운 존재가 아니다. 고맙기는 커녕 이미 넌더리나는 존재로 전락했는지도 모른다.
하기야 무지막지한 「세금도둑」사건과 「지존파」 「온보현」등의 엽기적 살인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원시적 대형참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으니 언론은 진실규명이라는 그들의 기본임무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어떻든 한국일보는 역시 큰 사건에 강하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처음 보도한 23일자부터 벌써 5면에 부실 건설현장의 실태를 교량, 지하철, 고가차도, 터널, 아파트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시리즈로 문제점을 깊이 있게 진단하여 다른신문과 방송의 후속보도에 영향을 준 기민한 기획은 칭찬받을만 하다. 24일자 1면의 딸의 영정앞에 넋을 잃고 오열하는 어머니의 사진은 말로 다 못할 슬픔과 분노를 가슴 뭉클하게 전달해 주었다.
26일자 6면의 「감리업무 선진국의 경우」해설은 해외건설시장에서 우수건축물로 칭송받고 있는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레플즈시티호텔과 현대건설의 말레이시아 피낭대교가 완공되기까지 현지 공무원들의 철저한 감리업무를 소개하여 국내의 부실건설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기획보도였다. 같은 날 9면의 독자가 잡은 유람선 화재현장의 생생한 사진도 한국일보 특유의 근성있는 취재노력의 결과로 입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29일자 5면의 「붕괴원인 제각각…혼란·불안가중」해설이 책임소재와 관련, 조사주체마다 사고원인을 약간씩 다르게 진단하고 있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도 돋보인다. 다만 28일자 1면의 「성수교 붕괴, 용접불량이 주인」제목의 기사는 내용이 다른 신문에 비해 부실했다. 아마도 취재부족이 아닌가 싶다.
한편 이것은 한국언론의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잇달아 발생하는 흉악범죄사건과 대형참사에 대해 언론이 일방적으로 남을 비판만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지 의문이 인다. 다시말해 언론의 으뜸가는 사회적 역할이 환경감시일진대, 언론이 그동안 과연 그러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왔느냐 하는 의문이다. 특히 급격한 사회변동의 시기에는 언론의 사후적 감시기능보다는 예방적 감시기능이 더 중요하다. 언론은 자연환경의 재해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능과 나태, 부정과 비리, 도덕적타락등 사람이 만들어내는 재앙에 대해서도 조기에 경보를 울려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예방 저널리즘이다. 예방 저널리즘의 역할이 제대로 되지않는 이유를 이런 짧은 글에서 모두 말할 겨를은 없으나,꼭 하나 지적해야 할 사항은 정책의 결정과정뿐만 아니라 정책 집행현장도 추적하여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을 추적하는 보도에는 시간과 노력과 근성과 패기가 필요하다. 한국일보가 지면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정책의 집행현장에 대한 보도를 강화하여 한국저널리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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