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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우세대의 종언/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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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우세대의 종언/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4.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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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라에넥병원을 찾은 북한인민무력부장 오진우원수의 죽음을 북한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올해 77세인 오는 파리병원을 찾을 정도의 폐암진단이라면 길어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김일성의 죽음에 놀라고 있는 김정일이 떠 밀다시피 해 파리까지 오기는 왔지만 본인도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군의 최고통제기관인 당중앙군사위는 김정일을 포함해 1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오진우, 최광(6·25당시 13사단장, 현총참모장), 백학림(6·25당시 47연대장), 이을설(당시 15사단 3연대장), 이두익(당시 연대장), 김두남(당시 소대장)등 상위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은 6·25전쟁을 치른 노장들이다.

 오는 50년6월25일 인민군 제766유격부대를 이끌고 동해안에 상륙해 삼척 강릉등을 휩쓸고 포항전투를 거쳐 낙동강전선까지 갔던 최일선 부대장이었다.

 현재 북한 인민군은 육해공군을 합해 약6백명의 장성이 있는데 이중 1백50명이 6·25전투에 참전한 실전경험자들이다. 오를 지주로 한 이 참전노병들은 6·25는 이긴 전쟁이며 만일 그때 미군이 들어오지만 않았더라면 통일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지난 40년간 인민군 뿐 아니라 전 북한을 전시체제로 휘몰아 오는데 중심역할을 해왔다. 지난 7월 김일성이 죽기전까지는 전쟁세대들이 북한의 모든 것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김정일을 둘러싸고 있는 전후세대들은 이런 「혁명」1세대의 보수강경주의에 반발을 보이면서 남한을 보다 탄력성을 가지고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밖에 나와 있는 젊은 북한관리들은 거의 공공연하게 『혁명1세대가 죽어야 북한에 변화가 올것입니다』라는 말을 한다. 북한경제가 엉망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전후 세대들의 전쟁세대들에 대한 불만을 오가 모를턱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후진세대들이 정말 잘해야 하는데…』라고 걱정한다. 그는 수많은 훈장을 창출해 낸 공격전 또는 후퇴길을 늘 가슴에 담고 있으면서 후진들이 이것을 잊지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공산화과정에서 있은 무자비한 숙청이나 전쟁이 가져온 비극같은 것은, 적어도 남한국민에 관한 것은 기억에도 없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돼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전후세대들, 소위 혁명2세대들의 대남한관이다. 혁명1세대가 죽어야 북한에 변화가 올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과연 남한을 「손잡을 만한 이웃」으로 보는가 하는 것이다. 남한이 오래전에 6·25세대를 밀어내 버린 대신 북한은 전후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와 같은 전쟁발발자들을 그대로 두고있으면서 6·25전쟁논리를 전후세대들에게 가르쳐 왔다. 남한은 미국이 없으면 망하는 나라고 주체사상이 없는 모래성 같은 국가일 뿐이라는 사상이 혁명2세대에게도 통한다. 다만 남한을 대응하는 방법은 전쟁세대들과 달리한다. 나라의 문을 보다 넓게 열어 경제를 일으키고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남한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군에는 6·25를 경험한 군인이 한명도 없다. 전쟁자체를 말하는 것도 「구세대」나 「냉전논리」로 혹평된다. 한국은 오진우세대는 죽어도 오진우세대의 전쟁철학은 그대로 북의 전후세대가 이어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아구맞는 남북교섭을 진행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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