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씨 단죄땐 여러모로 부담」 감안한듯”/공식논평 자제… “반란” 규정에 상당한 평가 청와대는 검찰의 12·12 수사결과발표에 대해 사안의 민감성을 극도로 의식한듯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해 이미 12·12사태에 대해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적 사건』이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관련자 처벌문제에 대해서도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고 밝힌 것이 검찰의 결정배경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군사반란혐의를 인정한 것은 김대통령의 정치적 성격규정을 법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그같은 법률판단은 엄정했다고 본다』며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기소유예 처분보다는 반란혐의 인정이라는 순수 법률판단을 부각시켰다.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검찰의 고유권한』이라며 군사반란혐의 인정에는 당연히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음을 강조했으나 기소여부결정에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검찰발표 하루전인 28일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검찰의 결정과정에는 청와대와 계속 교감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반란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기소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을 피하고 기소유예처분을 내릴 경우의 국민여론에 신경을 쓴게 사실이다.
이때문에 여론조사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진상이 분명히 규명되어야 한다는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압도적이었지만 전직대통령 처벌문제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이 「역사에 맡기자」는 반응보다 의외로 약간 높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내에는 『성공한 쿠데타에 대해 사후에 사법판단을 한 전례가 있느냐』며 처벌은 유보했지만 반란이라고 법률적 규정을 내린 검찰수사결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는 참모도 많다.
반란혐의를 인정할 경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재임기간자체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는데도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청와대나 민주계는 그동안 3당합당에 대해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 간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오기는 했지만 군사반란주모세력과 합당했다는 정치적 비판이 나올 우려까지 감수하며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위해 「반란」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청와대는 두 전직대통령을 법정에 세울 경우의 엄청난 파장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검찰이 밝힌 대로 국론분열 우려도 있었겠지만 현실적으로 현정권의 정치적 기반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구여권세력의 일탈을 감안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고 보이는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12·12에 대한 고소 고발사건자체가 「계륵」과도 같았다고 할 수 있다. 삼킬 수도, 그렇다고 뱉을 수도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결정은 고심끝에 내려진 절충안이기도 하다.
또 정승화씨등 피해자측 고발이 없었다면 정부가 김대통령의 정치적 성격규정에서 더 나아가 「단죄」에 나설 리도 없었으므로 검찰이 군사반란이라는 법률적 판단을 내린 것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는 청와대 관계자도 있다. 어떤 경우든 청와대 인사들의 반응과 입장은 김대통령의 언급틀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공식논평을 하지 않은 것은 검찰결정이 피해자나 가해자측 모두의 반발을 살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이번 결정으로 12·12문제가 일단락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나 양측의 공방이나 정치적 파장이 바로 매듭지어지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는 인상이다.【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