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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와 같은 사회/이행원(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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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와 같은 사회/이행원(일요시론)

입력
199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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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가 무너지고 유람선은 불탄다. 비행기는 떨어지고 기차는 충돌한다. 이런 참사들이 잇따라 한국사회는 더할 수 없이 불안하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출근길의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건설업계의 선두주자였던 한국의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김영삼대통령이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대해 사과하기 직전에 충주에서 유람선에 불이 나 최소한 25명이 숨졌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해서 한국에서는 나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서해에서 훼리호가 침몰해 2백92명이 숨진 지 겨우 1년만에 유람선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기차나 비행기여행도 안전하지가 않다. 지난8월 1백60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풍우속의 제주공항에 비상착륙하다가 불타버렸다. 지난해 7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의 보잉기가 목포 야산에 추락해 64명이 숨졌다. 지난8월 열차끼리 충돌해 3명이 죽고 50여명이 다쳤다. 지난해 3월에는 여객열차가 전복돼 79명이 숨진 대형사고도 있었다』 이상은 내 글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의 서울주재특파원이 「한국에서 나돌아다니기 겁난다」는 제하로 세계언론매체에 타전했던 기사내용의 요약이다. 26일자 한국의 신문들도 전재했던 기사다. 이 기사를 좁은 지면에 장황하게 옮겨놓는 까닭은 그 기사를 보면서 터졌던 분통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추락하는 모습이 세계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가를 되새겨 보자는 뜻에서이다.

 세계의 건설시장을 누비며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해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 해서 우리 스스로도 좋아했고 세계인들이 부러워했던 우리가 이게 무슨 추한 꼴이란 말인가. 우리는 이렇게 흉악한 모습으로 추락하고 말 것인가.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빌리면 국민1인당GNP가 5천달러를 넘어서면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 GNP가 7천∼8천달러 수준에서는 급격한 고도성장에 따라 쌓였던 사회 구석구석의 적폐가 터져나오면서 선진국진입병을 앓게 된다는 설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60∼80년대에 기록적인 고도성장을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사회가 지금 선진국진입병을 앓고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우리가 최근 2년동안 겪고 있는 「참변의 연속」은 그렇게 낙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같아 두렵기만 하다.

 GNP가 9천달러를 넘어 1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건만, 사라졌어야 할 공무원들의 부정과 부패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민들의 세금까지 도둑질할 정도니 어느 세월에 부패와 부정이 근절되겠는가. 「대형참변의 연속」을 도약과정에서 있게 마련인 적폐의 노출로 간과하기에는 너무 구조적인 것같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사괴석이 빠져버린게 아닌가 할 정도다.

 겉으로는 멀쩡했다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성수대교를 이 사회가 구조적으로 닮은 것같아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대형참사의 뒤에는 언제나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불동이 도사리고 있으며 요행만을 바라는 눈가림식 행정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어찌할 것인가. 사회구조자체가 흔들거린다 해서 혼절하다시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대형참사에 얻어맞아 끝내 추락하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사회를 구조적으로 썩게 하는 공무원들의 부정과 부패를 뿌리뽑고 복지불동하는 그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내는데는 통치권이 휘두르는 사정의 칼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흐린 물을 맑게 해서 먹이를 찾는 물고기가 몰려들지 않게 하듯이 해야 한다. 흐린 물이 누구겠는가. 부정하고 부패한 공무원들이 기생할 수 있는 흐린 물은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는 이 사회이고 우리 모든 국민들이다. 국민들 하나하나가 제 이득을 위해 공무원을 부패시키는 고리를 먼저 끊어내야만 공직의 부정과 부패를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돼야만 참변의 근본원인이 되는 사회적 적폐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맑게 하기 위한 의식개혁운동에 국민들이 횃불을 들고 다같이 동참해야 한다. 연속되는 대형참사에 가위가 눌려 떨고만 있으면 재앙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의 석조여래좌불상이 치워져 대형참사가 연발한다거나 누구의 실덕때문이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나 퍼뜨리고 그것에 귀기울이면서 자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전공무원과 국민들이 새롭게 달라져야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 그래야만 더이상 세계인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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