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 명백히 인정… 청문회로 국민적 심판/14년통치 전대통령 단죄땐 기성질서 혼돈 검찰은 93년 5월 12일 민주당 성주 칠곡지구당위원장 도호기씨가 12·12사건과 관련,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을 내란 등의 혐의로 고발한 이후 지난 9월 24일까지 32명으로부터 10건의 고소·고발 및 8건의 진정을 접수했다.
이중 93년 7월 19일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 장태완수경사령관 등 예비역장성 22명이 전·노전대통령등 34명을 내란 등의 혐의로 고소,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소·고발인은 모두 38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12·12사태가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정치적 대사건인만큼진상을 밝히고 그에 따른 법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이 사건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청산해야할 시대적 당위성이 있음을 인식, 본격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우선 사건의 중요성과 수사의 효율성을 감안, 서울지검에 장륜석 공안1부장을 주임검사로 하는 전담수사반을 편성하고 전국 지검에 접수된 관련 사건을 넘겨 받았다.
검찰은 93년 8월 16일 정총장을 소환 조사한 것을 비롯, 같은해 7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고소·고발인 24명을 조사했고 12월 8일부터 지난 1일까지는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 윤성민육군참모차장 등 참고인 90명을 조사했다.
또 지난 3월 23일 허삼수 당시 보안사령부인사처장을 시작으로 9월 15일까지 전·노 전대통령을 서면조사한 것을 비롯, 사망한 백운택 당시 71방위사단장을 제외한 피고소·고발인 37명 전원을 조사하는등 사건 관련자 1백51명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한남동 소재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현장확인을 겸한 실황조사를 벌였고 국회의 5·18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 및 5공정치권력형비리조사특별위원회 회의록, 12·12 군사쿠데타적 사건 국정조사 회의록 등 국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한 모든 자료를 입수, 검토했다.
아울러 국방부로부터 박정희대통령시해사건 및 정승화총장의 내란방조사건 수사·재판기록, 사건당시 각부대의 작전상황일지와 병력출동일지 등 관련자료를 넘겨받아 참고했고 국내에서 발간된 단행본 일간지 등도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고, 검찰수사가 국가기관으로서는 최종적이고 완벽한 진상규명작업이 돼야 한다는 점에 유념, 지난 1년 5개월동안 일체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피고소·고발인들의 형법상 내란, 내란목적살인및 미수혐의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무혐의처분했고 군형법상의 반란, 불법퇴진, 지휘관계엄지역수소(수소) 이탈, 상관살해 및 미수, 초병살해 등 혐의는 인정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분이 국가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고려, 법률적 문제는 물론 정치·사회적 제반요소를 신중히 검토한 끝에 혐의가 인정되는 34명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고 반란부화뇌동에 해당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된 신우식특전사작전처장등 3명과 82년 사망한 백운택71방위사단장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피의자들이 하극상에 의한 군사반란을 일으킴으로써 우리 헌정사를 후퇴시켰고 이들을 관용하는 것이 정의에 반하며,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제2, 제3의 불법적 군사행동이나 하극상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피의자들을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기소할 경우 재판과정에서 과거사가 재차 거론됨으로써 국론분열과 대립양상을 재연, 불필요하게 국력을 소모할 우려가 있고 이러한 혼란상은 장래적으로 국가안전을 저해하고 국가발전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검찰이 12·12사태가 범법행위였음을 명백히 인정한 이상 이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후세에 맡기고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검찰의 결정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다수 국민들도 더 이상 지난 일로 갈등과 반목을 지속,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한편 피의자들이 지난 14년간 우리나라를 통치하면서 나름대로 국가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이 사건이 선거쟁점으로 부각됐던 13대 대선에서 이 사건 주역의 한 사람인 대통령 후보가 당선됐으며 5공청문회를 거치는 등으로 국민적 심판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 등을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경우 그동안 형성된 기성질서와 관련, 국민들에게 심정적으로 혼돈을 느끼게 할 우려가 있는 점 등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러 지금은 온 국민이 힘을 합해 치열한 국제경쟁을 이겨내고 숙원인 남북통일에 대비해야 할 시기이고 과거에 집착하여 미래을 그르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기소를 유예했다.【정리=현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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