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상오10시. 서울 과천에 있는 제2종합청사 지하에는 국내 건설업체의 대표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성수대교 참사로 야기된 부실공사방지대책을 협의하는 「민관합동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검찰의 성수대교 붕괴수사가 부실공사에서 비롯됐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들이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10시30분 회의시작과 함께 있었던 성수대교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침통하던 분위기는 일순간에 돌변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연설대에 선 김우석 건설부장관의 발언이 시작되면서부터다. 김장관은 『올해를 부실추방 원년으로 삼고 건설현장을 점검해 온 것이 이번 사고로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든다』고 서두를 꺼낸 뒤 『이 사고는 공무원들의 눈치행정과 업계의 안이한 의식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공무원과 업계를 싸잡아 질책했다.
김장관은 특히 『장관을 맡아보니 건설공무원들 사이에 「1년만 있으면 바뀔 장관」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시간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모두가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탄식했다.김장관은 『사정을 잘 알아서인지, 친분관계 때문인지 부실업체에 대한 제재조치도 강하게 못했다. 앞으로 부실공사에 대해서는 관련공무원은 물론 기업에 대해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엄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장관의 이날 발언은 우리나라 건설현장에 만연된 부실의 고리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기업과의 유착에 있으며 앞으로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장관의 강도높은 질책과 대책에 대해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건설공무원과 업계대표자들은 『이제 어떤 형식으로든 변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회의장을 나섰다.
부실의 원인은 총체적이지만 부실추방의 출발은 관계자들의 의식전환에 있다고 할 때 이날 회의는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않다. 그러나 부실추방의지가 말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사고 때마다 내놓는 탁상의 대책을 현장으로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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