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중공업 대우와 정면대결/소그룹장제 이회장 대외활동 강화포석 삼성그룹의 구조개편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이 초대형 공룡기업으로 부상하게 됨에 따라 항공 종합상사 중공업 건설등 업종별로 유지되어오던 재계의 역학구도에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
○…이번 개편에서 기계사업군으로 분류돼 그룹의 주력기업으로 떠오른 삼성중공업은 외형규모가 지난 해 기준 1조6천1백억원에서 2조3천6백억원으로 7천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기존의 조선과 중장비 및 상용차에다 이번에 항공부문까지 가세, 륙해공에 걸친 3개 부문이 모두 한 울타리 안으로 집결하는 데 따른 통합효과(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도 3개 계열사의 합병으로 매출액이 15조6천3백억원 규모로 커져 매출액 규모로만 재계 랭킹 5위인 선경그룹의 12조7천5백억원을 넘어서는 거대기업으로 등장하게 된다. 또 이번 개편에 따라 삼성물산은 종합무역·건설을 업무영역으로 하고 있는 (주)대우와, 삼성중공업은 최근 대우조선을 합병한 대우중공업과 조선 상용차 항공분야를 놓고 각각 전면전을 벌이게 될 전망. 삼성은 최근 수년간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대우의 주력업종들에 참여해왔는데 이번 개편으로 대우그룹과의 맞대결 양상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금융계는 삼성그룹의 야심찬 계열사 정리계획이 현실화되려면 최소 3∼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그룹이 밝힌 계열사정리방법은 매각 합병 분리등 3가지. 이중 문제는 신세계백화점과 제일제당등 친족 몫으로 돌아갈 계열분리대상 기업들이다. 현행 여신관리규정에 의하면 ▲상호출자지분이 업체별로 1% 미만(합계 3% 미만)이고 ▲경영참여(임직원 겸임) 및 상호채무보증관계가 없으며 ▲최근 1년간 상호매출의존도가 10% 이내여야 계열사에서 분리된 것으로 간주된다.
현재 제일제당은 13개 삼성계열사에 2·1∼30%, 신세계백화점도 6개 계열사에 1·8∼1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고 상호채무보증규모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삼성은 지난 해에도 이들 계열사를 그룹에서 떼내겠다고 발표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상 「삼성계열사」로 남아있다. 이같은 상호출자 및 지급보증액를 해소하려면 1∼2년 내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한편 삼성의 계열사재편 및 소그룹별 자율경영체제는 경영과 관리의 효율성 제고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다른 그룹에 연쇄파급효과를 일으킬 전망.
이미 경영문화가 유사한 계열사끼리 묶어 21개 CU(사업문화단위)를 구성하고 CU장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이양한 럭키금성그룹은 앞으로도 금성산전과 계전의 합병등 업종별 통폐합을 적극 추진할 계획. 코오롱그룹도 소재산업 유통 섬유등 주요 업종별로 소그룹화하는 방안을 내년 3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며 한화와 한진그룹등도 계열사 통폐합 및 정리를 단행할 계획.
○…재계는 삼성그룹이 구조개편과 함께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소그룹장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자율경영을 강조한 것은 이건희회장이 IOC위원에 선임될 것에 대비하고 앞으로 대외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고 이병철회장의 비서실장으로 그룹의 실세역할을 하다 이회장 취임 뒤인 90년 미국으로 갔던 소병해 미주전자부회장이 국내에 복귀한 것에 대해서는 『이회장이 최근들어 삼성의 장점이었던 조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그룹조직 전반을 일신하는데 소부회장의 자문을 구하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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