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개혁·긴급조치 등 거치며 자율·개방시대로□시대별 변화/민생 해결(해방직후)→전후복구(50년대)→산업부흥(60년대)→구조 다원화(70년대)→자유·국제화(80년대)
우리나라 금융의 변천은 우리 경제의 발전과 그 맥락을 같이했다.
해방 직후 식량등 시급한 민생문제해결에 중점이 두어졌던 금융은 6·25를 거친 50년대에는 전후복구와 악성인플레 수습에 치우쳤으며 60년대 들어서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실시됨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데 힘이 모아졌다.
70년대에는 경제정책의 중점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체질의 강화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어짐에 따라 금융에 있어서도 사금융의 제도금융화 및 금융구조의 다원화가 적극 추진됐다.
80년대에는 성장보다는 안정에 주력하고 시장기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정책에 맞춰 금융부문도 자유화 및 개방화 정책이 취해졌다. 90대년에는 금융산업의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데다 미국등 선진국으로부터 개방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금융의 자율화와 개방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해방 직후 우리 경제는 취약한 경제기반과 균형잃은 산업구조, 분단등으로 혼란상태에 빠졌었다. 때문에 금융의 중점도 산업부흥 지원보다는 시급한 민생문제해결과 치안유지비및 식량수매자금 방출등에 두어졌다.
48년 수립된 정부는 금융제도의 개편에 착수, 50년5월 한국은행법과 은행법을 제정·공포했으며 이 해 6월 한국은행이 창립됐다. 그후 54년 은행법의 시행, 전후복구와 농업개발을 위한 산업은행(54년)과 농업은행(56년)의 발족, 증권거래소의 설립(56년)등을 거쳐 비로소 자주적인 금융제도의 기반이 갖춰졌다. 53년2월에는 1백원을 1환으로 하는 1차 통화개혁이 실시됐다.
60년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긴박한 과제는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국내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조화적으로 달성해 자주경제체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61년 5·16으로 집권한 군사정부는 경제정책의 중점을 종래의 안정우선에서 성장우선으로 급선회하고 62년6월 10환을 1원으로 하는 2차 통화개혁을 단행했다. 50년대 후반 민영화 후 소수재벌에 지배되어온 일반은행의 주식이 부정축재재산 환수의 일환으로 정부에 다시 귀속되고 한은법이 전면 개정됨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대폭 강화됐다. 이와 함께 개발자금의 원활한 지원을 목적으로 농협(61년) 중소기업은행(61년) 국민은행(63년) 외환은행(67년) 주택은행(69년)등 특수은행이 대거 설립됐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경제는 그 동안의 성장과정에서 기업의 재무구조가 크게 부실해지고 인플레압력이 커졌으며 국제통화제도의 불안등으로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되는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72년 사채정리 금리인하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8·3긴급경제조치를 단행하는등 사금융의 제도금융화와 금융구조의 다원화를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투자금융회사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종합금융회사등 다양한 형태의 비은행금융기관이 신설 또는 정비됐다. 우리 금융기관이 양적으로 큰 팽창을 보인 것이다.
80년대 들어서는 인플레의 체질화, 금융산업의 낙후등 그 동안 고도성장과정에서 누적되어온 구조적 문제점들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경제정책의 기본목표가 성장에서 안정으로 바뀌었으며 경제운용방식도 시장기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모색하게 됐다. 이에 맞춰 금융부문에서도 일련의 자유화및 개방화시책이 추진됐다. 81∼83년 시중은행이 민영화됐으며 금융시장에의 진입제한이 완화돼 82∼83년 신한·한미은행등 2개의 시중은행과 12개 투자금융회사, 58개 상호신용금고, 1개 투자신탁회사가 각각 신설됐다. 89년에는 8번째 시중은행인 동화은행과 지방에 본점을 두고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동남및 대동은행이 각각 설립됐다.
88년12월에는 정책금융을 제외한 모든 여신금리와 2년 이상 장기수신금리에 대한 최고이율규제를 철폐하는등 금리자유화조치가 단행됐다. 그러나 물가불안으로 자유화금리와 규제금리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는등 부작용이 나타남에 따라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으며 그후에도 금리에 대한 규제는 실질적으로 지속됐다.
90년대에 들어서 금융의 자율화및 개방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과다한 규제및 간섭을 받게 돼 경쟁력이 약화되고 효율성이 떨어져 국민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미국등 선진국의 개방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91년3월 8개 투자금융회사가 하나·보람등 2개 시중은행및 5개 증권회사로 전환됐다. 또 이 해 11월 2차 금리자유화가 실시됐고 92년 11월에는 14번째 시중은행인 평화은행이 설립됐다. 93년 출범한 신정부는 신경제 5개년계획과 제3단계 금융자율화및 시장개방계획을 발표해 97년까지의 종합적인 금융개혁과 시장개방 추진계획을 제시했다.
우리 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했던 금융은 앞으로 개방화와 자율화라는 대세에 어떻게 잘 적응하느냐가 절박한 과제로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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