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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상식/박정삼(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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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상식/박정삼(메아리)

입력
199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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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감격도 잠시였다.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리고, 충주호 유람선이 불타면서 고귀한 인명들을 앗아가는 참사 속에서 우리들은 선진한국의 비뚤어진 자화상을 새삼 인식할 수 있었다. 참담한 자화상과 악화된 국민여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사건발생의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는 억설도 폈다. 그 만큼 스포츠가 국민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최근 우리를 경악시킨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유람선 화재사건들은 건설기초공사에서부터 준공 및 운영관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턱없는 비상식과 허구투성이로 싸여 있는가를 새삼 웅변하고 있다. 이들 사건은 수출립국과 조국근대화의 미명아래 올림픽대표선수를 육성하듯 재벌을 육성하고 수출실적과 외형만을 중시해온 결과제일주의 경제정책이 만들어낸 귀결이다. 그동안 정부는 「빨리빨리」 경제건설만 완성하면 민생은 자동해결된다고 확신해왔다. 빈곤의 산물인 사회악은 소득수준향상과 함께 사회정의로 반전되리라고 믿어왔다. 그처럼 숨가쁘게 달려온 선진국의 문턱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는 야만적 범죄가 더욱 극성을 떨고 원시적 대형참사는 더욱 빈발하고 있다.

 모든 사회현상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금메달 63개와 종합전적 2위의 의미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건강·국민체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엘리트스포츠의 집중육성정책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다. 그중에는 중증의 위암환자가 위암에 걸린 지도 모른 채 투혼을 발휘해 따내온 금메달도 있다.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태릉훈련장에서 최소한의 건강진단도 없이 무한정의 영양식공급과 스포츠 기술전수 및 반복훈련을 통해 사경의 위암환자가 매트 위에서 싸워 금메달을 따오게 한 것이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백㎏급에서 따낸 송성일선수의 금메달은 인간승리의 미담이기전에 비상식의 안전사고였다. 또 금메달의 산실 태릉선수촌과 체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었다. 국가체육정책의 진정한 목적은 국가간 금메달 경쟁이 아니라 국민적 체력증진에 있다는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게 하라는 경종이었다. 이 고발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금메달에 환호했던 우리 모두가 허약해진 국민체력의 피해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위암수술을 성공 리에 끝낸 송선수는 28일 퇴원했다.<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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