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서울시·국회·철도청·야당·시공사·일부언론까지 나서/검찰 “연결핀 부식… 서울시 관리잘못”/서울시선 “용접 불량… 시공사에 책임” 성수대교 붕괴원인 조사와 다른 한강 교량들의 안전 점검이 무질서하게 진행돼 시민들의 혼란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사고원인 규명과 안전점검에는 검찰과 강구조학회·서울시와 대한토목학회·국회조사반·야당·철도청·시공회사등에 일부 언론까지 나서고 있다. 입장이 각기 다른 이들 기관·단체들은 전문성과 객관성에 차이가 있는데다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한강 다리를 안심하고 건널 수 있기를 고대하는 시민들은 『정부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밖 인사에게 전권을 맡겨 독립된 조사위원회를 구성, 엄정하고 종합적인 원인조사와 안전점검을 실시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혼란은 붕괴사고의 원인 규명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수사를 맡은 검찰은 강구조학회 전문가들로 사고원인조사반(반장 신영기서울대명예교수)을 구성했다. 검찰은 대한 토목학회가 지난해 서울시의 의뢰로 성수대교등 한강 교량의 안전점검을 실시, 『안전상 근본적 위험은 없다』고 진단한 점을 고려, 토목학회 전문가들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반은 그동안 5차례 현장검증을 실시, 『붕괴된 5∼6판 교각 사이 철골 구조물(트러스)의 연결핀과 주변 수직 H빔사이가 콘크리트 상판 틈으로 스며든 빗물에 의해 심하게 부식, 과중한 교통량으로 인한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잘려 떨어져 나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과 강구조학회의 잠정결론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연결핀 주변이 부식되도록 방치한 서울시의 관리 잘못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조사반은 『서울시가 부식 부위의 녹을 수시로 제거하고 페인트칠을 해 부식이 계속되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서울시는 대한 토목학회 전문가들에게 사고원인조사를 의뢰했다. 서울시측 조사반(반장 장승필서울대교수)은 26일까지 4차례 현장조사를 실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관리 잘못이 아니라 시공당시의 용접불량』이라고 검찰 조사반과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
토목학회 조사반은 『연결핀 주변의 부식은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며 철골 트러스와 수직 H빔 연결부위의 용접 불량으로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용접 부위가 균열,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반은 구체적으로 『동아건설이 시공당시 설계 시방서에 기계식 자동 용접을 하도록 돼 있는데도 수동식 용접을 해 강도가 떨어 졌으며 용접 두께도 규정된 10㎜ 보다 얇은 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한국건설방식기술연구소(소장 이의호)는 21일부터 26일까지 독자적인 현장조사를 한 뒤 발표한「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원인및 대책」이란 보고서에서 『수직 H빔의 용접 연결부가 부식, 10년이상의 시간이 지나면서 용접부위 내부에 금이 가고 강도가 떨어지면서 붕괴됐다』고 사고 원인을 추정했다. 이같은 결론은 서울시 조사반보다는 검찰측 결론에 접근한 것이지만 책임 소재가 분명히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고 원인 규명이 혼란된 가운데 국회는 여·야의원 12명으로 진상조사반(반장 황윤기의원)을 구성,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조사를 할 계획이어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시민들이 무엇보다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남은 한강 교량의 안전상태를 점검,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도 혼란을 겪고 있다.
동아건설을 비롯한 한강 교량 시공기업들은 24일부터 한남·성산·마포·동작대교등 11개 한강 교량에 대한 자체안전진단을 실시, 『대부분의 교량에서 상판과 철골구조물의 균열과 부식등이 발견돼 긴급 보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다리를 건설한 기업들이 다리의 근본적 안전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진단했을지 의문이다』는 반응이다.
또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주요시설물 안전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조세형)를 구성해 전문가들과 함께 한강 4개 교량의 안전점검을 실시, 『당산철교의 트러스 강재 74곳에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안전관리의 주된 책임을 진 서울시는 26일 17개 한강 교량 전체의 안전진단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 진단에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시민들이 서울시의 진단 결과를 신뢰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이태희·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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