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되자 안도-아쉬움 교차/JP “불만인물있어도 단합 보여달라”/이대표 “민자도 민심모르기는 한가지”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기된 전국무위원해임건의안은 28일 하오 국회본회의장에서 숱한 화제를 낳으며 표결을 통해 결국 부결로 결말이 났다.
○…이날 하오2시50분께 투표가 시작된 후 1시간20여분만에 여당의석은 안도의 한숨으로, 야당의석은 아쉬움의 탄성으로 가득찼다. 하오3시45분께부터 개표가 선언되자 본회의의석 가장 뒷줄에 자리잡은 여야 총무단 주변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감표요원으로 선발된 여야 부총무들은 시시각각 나타나는 표결결과를 당지도부에 보고하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여야의 희비는 곧 판명됐다. 하오3시50분께 처음으로 집계된 이영덕총리해임건의안의 표결결과가 부1백74표로서 부결되자 줄곧 굳어있었던 이한동민자총무의 얼굴에 비로소 화색이 돌았다. 반면에 이 소식은 민주당에겐 실망스러운 소식이었다. 이어 홍재형경제부총리 이홍구통일부총리등 국무위원 서열별로 표결결과가 나옴에 따라 여당의석은 더욱 여유를 찾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태연함을 유지했지만 일부 야당의원은 『여당은 어쩔수없는 사람들』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민주당의석은 그나마 여권의 실력자인 최형우내무장관에 대한 표결결과에 「의미」를 두는 정도였다.
황락주국회의장은 하오4시10분께 먼저 이총리등 국무위원 10명에 대한 투표결과를 공식발표했다. 하오4시50분에는 모든 국무위원해임건의안이 부결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앞서 표결도중 민주당의원들이 『민자당이 공개투표를 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주로 민자당의원이 이용하는 회의장 우측 기표소에서 커튼을 열어놓은채 3∼4명이 기표자에게 바짝 붙어 순서를 기다리자 민주당측은 『민자당의원들이 서로 기표내용을 감시하고 있다』『기표후 용지를 뒷사람에게 보여준다』 『3인조 선거를 중단하라』며 황의장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또 민주당의원들은 의원신분인 최내무 이민섭문체 서상목보사장관이 투표를 하기 위해 일어서자 『해임될 사람이 무슨 투표냐』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하오2시에 개회된 본회의는 황의장의 의사안건낭독에 이어 민주당측이 23명의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안설명을 했다. 제안설명은 국회법에 따라 국무위원 1명씩 따로따로 진행되는 바람에 40분이상 소요됐다. 이협수석부총무가 이영덕총리에 대해, 최두환 이윤수 국종남 김옥두 최욱철부총무가 경제부총리부터 정무2장관까지 3∼4명씩의 국무위원을 분담했다.
○…민자당은 표결결과가 나온 뒤 「사필귀정」이라며 득의양양해했다. 특히 당지도부는 어느때보다도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를 「선방」한데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위기상황을 수습한 이총무는 『이제 여당이 무기력하다는 소리는 안 나올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에 앞서 민자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1백46호실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 자리에서 김종필대표와 이총무는 읍소에 가까운 어조로 의원들을 달래고 설득했다. 이총무는 『오늘 무엇이 참된 힘인지를 야당에 가르쳐주자』고 호소했다. 이어 김대표는 『국무위원가운데 마땅치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야당의 이상스러운 짓에 휩쓸릴 수는 없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민주당도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어 단합을 강조하는등 세몰이를 했지만 표결결과가 기대이하로 나타나자 실망스런 표정이었다. 특히 일부 장관들에 대해서는 가표가 1백표를 겨우 넘자 『무소속의 동조도 못얻고 우리내부에서 일부나마 이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택대표는 『청와대인사만 민심을 모르는줄 알았는데 국민을 매일 대하는 민자당의원도 마찬가지여서 한심했다』고 말했다. 【이영성·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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