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는 지난 5월 작고한 한 노교수의 유고를 마치 「극비문서」처럼 완성된 후 1년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논문은 본지 28일자에 일부 공개된 오창희한양대교수의 「건설행정 제도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오교수는 지난해 건설부의뢰로 건설관련 종사자 1천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는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지 않고 건설관련공무원 건설업자 건축사들의 뇌물수수관계등을 샅샅이 밝혀냄으로써 조사 발주처인 건설부를 포함한 건설관련공무원의 치부를 여지없이 들춰내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알려져 왔던 건설업계를 둘러싼 뇌물수수등 각종 부조리를 실증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업·관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건설부는 자신의 치부를 들춰낸 「기대이상의 성과」를 서랍속에 숨겨버렸다.
오교수의 유고는 뒤늦게나마 성수대교 붕괴참사를 계기로 부실시공을 근절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란 판단에 따라 건설부에 이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청이 들어갔으나 건설부는 끝내 자료공개를 거절했다. 논문내용을 몰랐던 담당국장은 「무심히」 공개할 뜻을 비쳤으나 부하직원들의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만류를 받고 돌연 공개를 거부했다. 당사자인 한양대 오교수 연구실의 관계자 역시 자료 공개를 요청받자 『대한건축사협회에서 황급히 자료를 모두 가져가 버렸다』고 말했고,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설부가 발주처이니 우리는 공개할 수 없다』고 잡아뗐다.
물론 자기 부처의 치부가 드러나는게 좋을 리 없다. 그러나 그 치부가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부실공사의 근본원인이라면 마땅히 들춰내고 질책받고 시정돼야한다. 국민들의 눈엔 비밀많은 건설부가 뇌물사슬에 얽힌 「한 통속」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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