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장 등 사법처리제외 비난에 부담/15년전 부실공사여부 규명 어려움클듯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서울시 고위책임자들의 관리책임을 가리는 작업을 어물쩍 마무리한 채 동아건설의 부실시공 책임을 밝히는 쪽으로 급선회,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수사 초점을 갑자기 바꾼데 대해 『성수대교 참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부실시공등 원초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원종전시장등 서울시 전·현직 고위간부들을 법망에 얽어 넣는듯하다 놓아 버린데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동아건설의 시공 잘못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검찰이 당초 서울시 수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사고의 1차적 책임이 보수·유지를 맡은 서울시에 있다고 판단한데다 격앙된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고위 책임자를 「잡아 넣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가 있다는 상식적 판단때문이었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공업체의 잘못을 가리는 일은 15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란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수사의 1차 표적을 상실한 지금 검찰은 상당히 난감하고 다급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동아건설의 시공잘못을 가리기 위해 사고의 직접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설계도면과 시방서에 따라 제대로 시공했는지를 정밀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강구조학회 전문가들로 사고원인조사반(반장 신영기서울대명예교수)을 구성, 5차례의 현장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와함께 동아건설과 서울시로부터 설계도면 마이크로필름을 넘겨 받고 시공당시 서울시 도로국장이었던 김명년씨(전 서울시지하철공사사장)와 동아건설 성수대교 건설현장소장 신동현씨등 관계자, 설계를 담당했던 (주)대한컨설턴트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설계와 시공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으며 사고 책임은 보수관리와 과적차량 통제등을 소홀히 한 서울시에 있다』고 주장, 수사에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문가들의 사고원인 조사와 설계및 시공과정에 대한 정밀감정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이 나오려면 2∼3개월이 걸리는데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관리부실」과 「시공시 용접잘못」등으로 엇갈려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동아건설의 부실시공혐의가 드러나더라도 15년전의 일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부실자재 사용이나 시공 잘못등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시공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충북 청주 우암상가 붕괴사고의 재판에서 「공소시효는 사고 발생일부터 시작된다」는 판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부산 구포역 열차전복 사고로 구속된 삼성종합건설 고위 책임자들에 대해 법원은 『수주 및 발주업체 대표들은 사고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없다』며 무죄 판결한 전례가 있어 시공사 고위 책임자를 사법처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만약 동아건설의 실무자 몇명을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격앙된 민심이 납득할 것인지가 고민거리인 것이다.
특히 최원석동아그룹회장이 성수대교를 새로 건설, 헌납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정부측과 「정치적 조율」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최회장에게까지 사법적 책임을 지우기는 한층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종 관리책임자인 이원종전시장의 형사책임을 묻지 않은 것과 「형평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검찰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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