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합의로 핵문제해결 실마리 찾은셈/통일 갑자기 올수도… 독보다 부담클것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양성철경희대교수)의 초청으로 「21세기와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의 테드 거어교수(58·메릴랜드대)는 세계 국제정치학회 회장이자 비교정치학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거어교수는 28일 본보와 회견을 갖고 『북한은 북·미 합의서 체결을 전환점으로 폐쇄적 대외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따라서 한국은 이제부터 북한의 개방에 대비, 보다 역동적인 외교정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거어교수와 가진 일문일답 내용이다.
―제네바 북·미 합의서 체결에 대한 평가는.
『한반도 정세에 관한 체계적인 식견은 부족하지만 이번 북·미합의는 양국 관계정상화로 향하는 공식적인 출발점으로 인식할 수 있다. 북핵문제가 이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만큼 한국과 미국,일본등은 북한이 개방체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향후 한반도 통일에대한 전망은.
『남북한 통일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가변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통일시기를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남북한 국민은 동서독의 통일과정보다 더욱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랜 분단기간에 걸쳐 상이한 체제와 엄청난 경제적 수준차로 민족의 이질성이 극대화된 까닭이다. 다만 한국 국민들은 갑작스레 찾아올 통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북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정신적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부는 독일통일의 경험과 교훈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클린턴행정부의 외교행보에 대한 견해는. 『최근 아이티와 이라크사태에서의 신속한 대응과 적극적인 중동평화 중재등에서 나름대로의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문제점은 남아 있다. 현재 클린턴외교팀의 가장 큰 맹점은 분쟁가능지역의 갈등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외교(PREVENTION DIPLOMACY)의 실패에 있다. 국지적 분쟁발발로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되기 전에 분쟁가능성을 억제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야당인 공화당도 탈냉전시대의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외교적 대안이 미비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있을 뿐이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에 대한 견해는.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력을 견지하려는 일본정부의 노력과 일본의 팽창노선을 견제하려는 주변국가의 상충된 시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선 언급을 피하고 싶다』
―최근 수년간 아시아국가내 소수민족 문제를 연구해 왔는데.
『르완다나 보스니아사태 못지 않게 다민족으로 구성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도 심각한 민족분쟁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타밀과 싱할리족이 마찰을 빚고 있는 스리랑카와 힌두교―회교도의 충돌이 공공연한 인도 및 파키스탄에선 정부의 이민족 화합정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중국을 비롯, 인도네시아등에선 소수민족에 대한 성공적인 포용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오히려 내연하던 갈등요소들이 수그러들고 있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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