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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명물/「스페인 광장」/“패션의 요람·관광 명승지” 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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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명물/「스페인 광장」/“패션의 요람·관광 명승지” 정평

입력
199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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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플로­베네치아 연계/쇼핑가·고대유적 즐비 흔히 파리를 패션의 고장이라고 말하지만 이탈리아사람들은 로마야말로 패션의 본고장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로마의 스페인광장을 중심으로 포폴로광장과 베네치아광장, 코르소거리로 이어지는 쇼핑가는 세계 패션의 진원지라고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숙녀복 남성복 구두 핸드백등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탈리아제 패션상품을 거의 모두 볼 수 있다.

 격조 높은 남성복 쿠레주, 남성패션의 샛별 아르마니,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지방시, 토털패션 에르메스, 가죽제품 전문 벨트라미등 세계의 패션을 리드하는 명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지구촌 곳곳에서 모여든 멋쟁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지중해의 밝은 햇빛이 이탈리아 패션을 탄생시킨 모태라면 스페인광장은 이탈리아 패션을 성장시킨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광장은 로마관광의 출발점이다. 「로마의 휴일」 촬영무대로 유명한 이곳 스페인광장을 필두로 베드로성당 트레비분수 판테온신전등 로마의 유적들이 패션가와 어우러져 있다. 매년 로마를 찾는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이탈리아 패션의 진수를 접하고 귀국가방에 이탈리아 패션을 담아 세계로 전파한다.

 이곳에서 마음놓고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러나 대개 지갑이 두둑한 외국관광객들이다. 특히 보로냐거리 베르지아나거리 비테거리에 늘어선 고급 패션가에서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첫 눈에도 돈 많은 관광객들이다. 이곳에 진열된 의류는 보통 1백만리라(50만원 정도), 구두는 70만∼80만리라(35만∼40만원) 이상.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사러온 부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모여든 집시 소매치기들과 이들을 단속하는 이탈리아 경찰의 숨바꼭질도 스페인광장의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는 한 장의 삽화다.

 2∼3명씩 짝을 지은 집시소매치기들은 신문을 파는 척하며 관광객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관광객의 턱밑에 신문을 바짝 들이대 시야를 가린 틈을 타 전광석화처럼 소지품을 털기 때문에 피해자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소매치기 당한 사실을 깨닫기 일쑤이다. 그러나 집시 소매치기들의 극성때문에 스페인광장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한때 격감하자 이탈리아 경찰은 최근 관광및 패션산업 보호차원에서 강력한 단속활동을 펴고 있다. 맵시있는 옷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잠복형사들이 매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소매치기 현장을 덮치는 장면은 이제 중세풍의 관광마차와 함께 스페인광장의 또다른 명물이다시피 됐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옷차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들이라도 결혼식등 각종 행사에 입고 갈 예복만큼은 최고급을 마련하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쓴다. 특히 남녀노소 모두 최대한 공을 들여 화려하게 치장하고 참석하는 결혼식장은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이처럼 어느나라 사람보다 패션취향이 고급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평소엔 이곳에서 윈도쇼핑만 하다 1년에 두번 실시되는 바겐세일 기간을 이용해 점 찍어둔 물건을 싼 값에 구입한다. 작은 호텔종업원으로 일하며 한달에 3백만리라(1백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니노 카타니씨(25)도 신혼인 아내와 마음에 드는 옷을 점 찍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는다. 그는 『이곳에서 파는 옷들은 결코 비싼 게 아니다』라며 『한 벌을 사두면 앞으로 3개월 후에 태어날 내 아이의 결혼식에도 입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페인광장은 부근에 주바티칸시티 스페인대사관이 위치해 있었던 관계로 현재의 이름을 얻게 됐다. 19세기 말부터 귀족들의 의상이나 구두·액세서리를 파는 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1960년대 이탈리아경제가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이탈리아 패션을 세계로 알리는 거대한 부티크로 자리잡았다.【로마=김현수기자】

◎도예품 메카 「로디」마을/“정교한 수작업” 도자기 등 명품만들기 1백년 경륜

 밀라노에서 동북쪽으로 기차로 약 40분거리에 있는 「로디」라는 조그만 마을은 한때 이탈리아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이 나라의 자랑거리였다. 여기서 만들어진 도자기는 빼어난 색채와 조화된 아름다움, 그리고 도공들의 천부적인 미적 감각으로 18세기 유럽수공예의 상징처럼 불렸고 로디는 도공들이 선망하는 도자기의 메카로 군림해왔다.

 이곳의 「세라미카 프랑키」는 지금은 퇴색해버린 로디의 명맥을 이어주는 몇 안되는 수공예생산업체중 하나다. 30평 남짓한 허름한 작업장과 디자인·판매를 겸한 매장이 이 업체가 갖고 있는 「재산」의 전부지만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도예품은 로디의 옛 명성 그대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상패와 상장, 교황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의 빛바랜 방문사진이 아니더라도 도공들의 자부심 섞인 얼굴에서 이 공장의 숨은 저력을 짐작할 수 있다.

 20년 가까이 도공으로 일하고 있는 피자티 안젤로씨(55)는 『화려했던 옛 장인들의 뒤를 잇겠다는 사명감이 프랑키를 작지만 세계 제일의 도자기업체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예품은 장사를 위한 것이 아닌 하나의 예술품』이라며 『장인의식에서 배어나온 제품의 생명력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모두 11명. 이중 판매·관리직원을 제외하면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도공은 5명에 불과하다. 가내수공업체를 연상시키는 보잘 것 없는 규모지만 만들어내는 제품은 수십여종에 달한다. 가마솥으로 구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만들고 있다는 안젤로씨의 말처럼 도자기 호리병 기념촛대등 장식용에서 시계 거울 화분 의자 재떨이 전등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수공예품이 매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디자인공 알레산드로씨(29)는 『수공예품은 비싸고 사치품이란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실용성을 우선으로 한다』며 『작고 사소한 곳에서도 아름다움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곳에서 세계적 명품을 만들고 있는 곳은 로디만이 아니다.「물의 도시」베니스에서 수상택시로 20분 정도 떨어진 무라노는 유리공예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컵과 물병 접시등은 물론, 각종 동물조각과 꽃나무등 유리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무라노의 유리공장 역시 옛날 우리나라 시골장터에서 볼 수 있던 유기공장에서 처럼 불과 몇명의 직공들이 세계적 명품을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사치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무라노 유리」를 최고의 유리제품으로 꼽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1백년이 넘는 연륜으로 이미 밀라노의 명소가 돼버린 「도자기 1번지」 세라미카 프랑키와 무라노의 유리공장들은  안전우선의 제조검증과 전 공정을 수작업화하는 철저한 품질관리가 더욱 빛나는 「작지만 큰 기업」이다.【밀라노=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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