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경영·파업 방지… 기업발전 꾀해 독일 최대노조인 금속철강노조(IG메탈)는 독일통일 때 깜짝 놀랄 만한 결정을 내렸다. 3년여 동안 경영자측과 승강이를 해온 주당 35시간 근무요구를 스스로 철회한 것이다. IG메탈은 지난 해에도 구동독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서독에 맞춰달라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3주간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구동독 지역의 경제재건을 위해」 임금수준 일치시기를 2년간 늦추기로 결정했다.
독일노조의 이같은 유연성에 대해선 여러가지 해석이 있다. 『두 차례나 패전의 고통을 겪은 독일인들은 민주정치와 경제적 풍요로움이 붕괴되기 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국민여론을 양분시키는 문제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하려 한다. 이런 국민성이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회규범을 뿌리내리게 했다』는 분석도 그 한 가지다.
독일의 급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보수의 격차도 작다. 그런데도 독일 국내총생산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7% 수준으로 70%를 상회하는 다른 EU국가들보다 낮다. 이는 「공동책임제((MITBESTIMMUNG·미트베슈티뭉)」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1976년 법률로 명시돼 종업원 2천명 이상의 모든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는 기업의 결정과정에 경영진과 노조가 참여토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공동책임은 중장기적인 경제발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81년 경제위기 때 서독의 노사는 임금상승을 억제하는데 합의했다. 결과는 눈부셨다. 84년에 서독경제는 또다시 성장을 시작해 고용도 늘고 시장점유율도 올라갔다.
독일의 노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묵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노조는 경제상황을 나름대로 분석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임금상승을 요구하고 기업은 경영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 이를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식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컨센서스와 상호배려가 독일의 노사를 공동운명체로 묶는 단단한 끈이라고 할 수 있다.【본=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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