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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썩었다”/박진열 LA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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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썩었다”/박진열 LA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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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6일자 논평란에 실린 재미동포 여고생의 짧은 기고문이 현지 교민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가 고국에서 꼬리를 물고 터져 신문 펼치기가 무서운 판에 「서울은 썩었다」는 제목의 이 글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동포들은 다시 한번 자괴감과 함께 착잡함을 삭이기 어려웠다. 학교이름과 성명까지 밝힌 여고 3년생이 쓴 이 글은 어린 학생의 치기로 넘기기엔 너무 진지했다. 세살때 미국에 이민왔다는 이 학생은 여러차례 참아오다 조국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을 다녀왔다고 밝힌 이 여고생은 한국은 교육현장에서부터 뇌물이 판치고 있으나 아무도 이를 몰아내려고 하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학부모는 불법인줄 알면서도 교사에게 공공연히 고액의 돈을 건네고 선생은 그 대가로 학부모의 자녀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고 적었다.

 이 여고생은 이처럼 밑바닥에서부터 만연된 부패가 위로 올라가면 어찌 곪아터지지 않겠느냐며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관례화한 뇌물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돈의 위력부터 배운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해 돈으로 성공을 보장받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

 이 여고생은 또 학생을 부정입학시킨 서울 명문대의 한 교수가 수년전 법정에서 『저명인사요 교인인 내가 어떻게 돈을 받았겠느냐』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한국의 교육계에는 정직성과 존경심을 찾기 힘들다고 적고 있다.

 물론 이 여고생이 지적한 것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선진사회의 잣대로 우리사회를 가늠해 볼 때 이 여고생이 받았을 충격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여고생의 지적이 옳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교민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이 딱한 현상에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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