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교훈줘야” 이탈표 유도/민주/“혹시나” 우려에 집안단속분주/민자 정치권의 촉각이 전국무위원 해임건의안에 쏠리고있다. 여야는 27일 표결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표결결과가 정국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권의 역학구조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에는 독특한 표결방식도 한 몫 하고있다. 이번 표결은 국무위원 각각에 대해 해임건의여부를 결정하도록 돼있어, 총리와 장관 개개인의 득표결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느 장관이 최악의 표를 받을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에 뼈저린 교훈을 줘야한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있다. 이기택대표는 『정부는 우선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한다. 정부 스스로 책임을 지지못하면 국회가 책임지도록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신기하총무 박지원대변인 등도 『민자당의원들도 내심으로 정부의 미온적 수습에 분개하더라』며 여당의 이탈표를 유도했다. 신총무는 구체적으로 특정장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5명정도는 망신당할 것』이라고 한껏 부풀렸다.
민주당은 소속의원 98명과 신민당, 무소속의원의 대다수가 해임건의안에 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일단 해임건의안 제출에 동조한 신민당의 한영수 조순환, 무소속의 정태영 김진영 서훈의원은 가표로 계산하고있으며, 총리 내무·농림수산부장관에 대해서만 해임건의를 동조한 무소속의 이자헌의원도 보조를 같이할 것으로 보고있다. 아울러 신민당(15명)·무소속의원(8명)중에서도 6∼7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임건의에 동참, 최소한 1백15명은 가표라고 장담하고있다.
민주당은 여당의 이탈표도 적지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있다. 일부 장관에 대해서는 민자당의원들도 무능력·정치적거부감 등을 이유로 교체하기를 바라고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자 기대이다. 특히 최근 여권내부에 강하게 흐르는 보수기류가 민주계출신의 장관들에게 어떻게 나타날지도 민주당은 예민하게 주시하고있다.
민자당은 겉으로는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적을 보았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많을수밖에 없다. 무차별로 쏟아지는 야당의 정치공세가 야속하기만 하고 몇몇장관에 대해서는 표결결과를 각별히 신경쓸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민자당은 체면상 노골적인 표단속은 하지 않았지만, 총무단과 상임위 차원에서 이탈표방지작업을 은밀하게 전개했다. 이한동총무는 26일 하오 총무단·상임위간사연석회의를 열고 『어려운 시국일수록 단합하자』고 당부했으며 문정수총장등 다른 당직자들도 27일 조용히 「집안단속」에 나섰다. 김종필대표도 28일 아침 노재봉 안무혁의원등 중진10여명과 조찬을 같이 할 예정이다.
민자당은 『이탈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있지만 「혹시나」하는 우려는 떨구지 못하고 있다. 이총무는 『우리 당 의원들은 양식있는 분들인데…』라며 이변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부분의 당직자들도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정치공세임을 천하가 다 아는데 개인감정차원에서 표를 던질 여당의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자당의원들은 몇몇장관의 득표에 대해서는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이영성기자】
◎「해임건의안」 표결 어떻게 하나/「일괄연기 방식」 1회만 투표
/가로 60·세로 15㎝ 대형용지 제작/23명연기 국무위원별 가·부 표시
국회는 28일 새로운「경험」을 한다. 사상최초로 23명의 전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표결하는 것이다. 처음이니만큼 투·개표와 관련해 여러가지 선례가 기록되게 됐다.
우선 투표방식. 국무위원해임건의안은 원칙적으로 각 국무위원별로 독립안건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개별 건의안마다 투표가 이뤄져야한다. 의원들은 꼼짝없이 23번 투표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는 이같은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상임위원장선출 투표방식」을 이번의 경우에 적용하기로 했다. 「일괄연기투표」가 그것이다. 한장의 투표용지에 해임건의대상 국무위원이름을 모두 적어놓으면 의원들은 각 국무위원별로 가·부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에따라 의원들은 한 번만 투표하면 된다.
이를 위해 국회사무처는 가로 약60㎝, 세로 약15㎝의 대형투표용지를 만들어내야했다. 여기에는 이영덕국무총리를 선두로 23명의 국무위원이름이 모두 표시돼있다. 투표내용이 외부에 노출될 것을 우려, 종이의 두께가 제법 두껍다는 후문이다.
개표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장의 투표용지를 국무위원별로 모두 찢어 23조각으로 나누는게 첫번째 일. 이를 국무위원별로 모아 가·부숫자를 센다. 국회는 투·개표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대형종이절단기, 은행등에서 사용하는 자동종이검수기, 명패검수판등「최신장비」들을 동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도 투·개표에는 약 2∼3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전망이다.【신효섭기자】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란/국회 「대통령 임면권」견제장치/재적 ⅓이상 발의 과반수찬성 가결/본회의보고후 24∼72시간내 처리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글자 그대로「국회가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하는 것」(헌법 63조1항)이다. 즉, 헌법상 국회의 대행정부 견제장치중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면권을 견제하는 국회의 권한이다. 해임건의안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1 이상에 의해 발의되며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헌법 63조2항).
해임건의사유에는 별다른 법적 제한이 없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동의만 있다면「무슨 이유를 대서라도」해임건의안을 발의할수 있다. 발의된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후 24시간이후 72시간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처리해야한다. 이기간내에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된다(국회법 112조7항).
국회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가결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는 원칙적으로 대통령 마음에 달려있다. 하지만 국회로부터「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국무위원을 대통령이 그대로 안고 가기는 정치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14대국회에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이번을 포함,모두 6번 발의됐다. 황인성전국무총리와 허신행·김량배전농림수산부장관,이병태국방장관등이 그 대상이 됐었다. 올 4월25일에는 이회창전국무총리의 사퇴파동으로 전국무위원이 야당측의 해임공세를 받았다. 이중 실제로 표결까지 간 경우는 황전총리의 경우가 유일하다. 이국방장관건의 경우 야당이 스스로 철회했으며 나머지는 자동폐기됐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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