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위기감… 개혁목소리 확산 유럽은 최근 공직자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 정치인과 관료, 그리고 업계가 탈법과 뇌물·특혜로 얽힌 구조적인 부정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등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정치·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위기감은 한편으로 강력한 반부정부패 운동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뿌리뽑고 예방하기 위한 개혁의 분위기가 사법부를 중심으로 때로는 정부차원에서 일고 있다.
제2의 이탈리아화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프랑스에서 개혁의 선봉장은 30∼40대의 젊은 예심판사들이다. 예심판사는 수사권을 가져 사실상 검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같은 독특한 제도는 인권보호가 그 목적이다.
전통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파워가 거세 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어려웠던 프랑스에서 최근 이들 소장 예심판사들에 의해 유명정치인이나 중앙및 지방관료들의 비리가 잇달아 파헤쳐지고 있다. 5백50여명에 달하는 이들은 정치권을 의식하지 않는 신세대 법조인들로 보수는 적지만 정의감과 의지가 투철해 국민과 언론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 프랑스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알랭 카리뇽전체신부장관과 제라르 롱게전산업부장관의 부패스캔들도 이들 젊은 판사들에 의해 파헤쳐졌다. 카리뇽은 그가 시장으로 있던 그레노블시의 용수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장관직을 사임한후 35세의 필립 쿠르와 판사에 의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 5공화국 36년 사상 전직 각료가 구속된 것은 처음일만큼 프랑스 정치권은 그동안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아왔었다.
별장구입 과정에서의 부정과 불법 정치자금 조달혐의로 이달초 사임한 롱게전산업부장관은 가장 유명한 예심판사인 반 루임베크에 의해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42세의 루임베크판사는 92년 불법 정치자금 조달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집권당인 사회당의 중앙당사를 압수 수색한 인물이다. 그는 현재 1백만프랑이 걸린 청부암살 위협 속에서 무장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출·퇴근하고 있다. 이들 예심 판사들의 활약은 지난해 정부가 반부정부패법을 제정케하는 계기가 되었고 각종 선거의 향방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료들의 부패스캔들이 비교적 덜했던 영국도 최근 해로드백화점의 알 파예드회장으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팀 스미스북아일랜드담당차관과 닐 해밀턴무역공업장관이 이달 잇달아 사임하는 정치적 소용돌이를 겪자 26일 거국적인 반부패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이 특별위원회는 중립적 인물을 위원장으로 뽑아 공직자 부패행위를 광범위하게 조사, 앞으로 6개월내에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또 폴란드에서는 안드레이 올레로우스키외무장관등 3명의 각료가 포함된 정부고관 78명이 공·사기업 이사등을 겸직하면서 불법으로 월급을 받은 사실이 정부자체 조사결과 드러나 26일 반부패법 위반혐의로 고발됐다.
한편 유럽에 반부패의 불길을 점화한 이탈리아검찰은 예비구금제 제한등 검찰권 축소를 겨냥한 정부의 법안에 맞서 마니폴리테의 수호에 강력히 나서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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