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카」 종합예술품” 대호평/엑셀·엘란트라 등 디자인·성능혁신/작년 3만5천대 팔아 위상 굳건히/한국문화그룹이미지제품 3단계 광고전략도 주효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현대자동차 유럽총괄본부의 김걸대리는 「자동차는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디자인과 내부장식, 전자 금속등 모든 분야가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자동차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현대자동차가 고객들의 취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자동차시장을 파고드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유럽의 고객들은 자동차의 디자인과 기능 뿐만 아니라 자원재활용 안전성 안락함 공해방지설비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전문가 못지 않은 안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유럽시장에서 엑셀과 엘란트라가 주종인 현대자동차는 비슷한 모델의 일본차보다는 7∼10%, 유럽차보다는 15% 정도 싸게 팔리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선 어깨를 겨루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디자인에선 일본차를 따라잡았다는 게 김대리의 평가다.
○유럽수출 10만대
89년 엑셀 1만5천대를 시범적으로 독일시장에 출고했을 때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는 싸구려 차였다. 차값을 포니나 프레스토 수준으로 요구하고 심지어는 슈퍼마켓주인이 현대차 수입상을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는 형편없었다. 현대는 그러나 저가정책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제 값을 받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신 각종 옵션과 애프터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여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후 현대는 매년 2∼3%씩 가격을 올리는 고가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차의 이미지는 급격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시장의 크기에서는 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지만 고객수준에선 세계 최고라는 독일자동차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성공한 현대는 91년 10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전에 돌입, 불과 2년 뒤인 93년에 독일자동차 시장점유율 1%(3만5천대)라는 놀랄 만한 성과를 올렸다. 당초 5년동안에 달성할 계획이었던 목표를 3년 앞당긴 것이다. 독일에서의 성공에 힘입은 현대는 93년 유럽전역에 10만6천9백5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올해 목표는 13만1천4백40대이며 97년에는 20만대 수출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유럽시장에서 이같은 성공을 거두게 된 배경에는 치밀하고 섬세한 마케팅전략이 숨어있다. 현대는 한국의 문화를 알려야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판단아래 연간 2백만∼3백만마르크를 투자해 한국문화홍보 그룹이미지광고 제품광고등 3단계의 종합 이미지 캠페인을 전개했다.
○각종행사 후원도
우선 곱게 쪽진 여인의 뒷머리등 우리 고유의 문화와 멋을 소개하는데 주력했다. 동시에 한국제품과 기술의 우수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시아의 신흥공업국가들을 연상시키는 호랑이 4마리를 광고에 등장시켰다. 마무리 단계에선 동양의 신비를 담은 붓글씨로 『현대는 자동차만 판매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현대자동차를 통해 당신은 한국의 문화를 접할 수가 있습니다. 현대는 돈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밖에 문화와 언어의 벽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포츠행사를 적극 후원,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판매증가 경이적
김대리는 이 과정에서 유럽시장의 공략은 어느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일본제품이 유럽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은 그 만큼 일본의 문화가 유럽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축구팀이 월드컵 스페인전과 독일전에서 보여주었던 끈기와 저력을 바탕으로 한 인상적인 경기는 수백만마르크의 가치를 지닌 광고효과를 낸 것으로 김대리는 분석했다.
20여년 전 일본자동차가 독일에 처음 수출돼 아우토반을 달린 뒤 「깡통차」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이를 만회하는데 15년이 걸린 점을 생각할 때 2년만에 독일자동차 시장의 1%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의 성공은 놀랄 만한 일이다.
현대자동차의 독일내 판매법인인 HMDH의 유르겐 보스사장은 현대자동차에 매료돼 현대맨이 된 사람이다. 일본 혼다자동차의 독일판매를 맡아 혼다가 독일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 그는 독일에선 유명한 자동차마케팅 전문가인데 『현대는 5년 안에 유럽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프랑크푸르트=김현수기자】
◎현대차의 발빠른 변신/까다로운 독일고객 기호맞게 새모델 개발/스틱기어·딱딱한 차대받이…안전성 높여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자동차에 관해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갖고 있다. 웬만한 고장은 직접 수리할만큼 고객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독일 자동차 시장에 발붙이기는 그만큼 어렵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자동차의 차대받이 장치(SUSPENSION)가 부드러운 것을 선호하는 것과는 달리 독일 운전자들은 딱딱한 차대받이 장치(HARD SUSPENSION)를 선호한다. 아우토반을 고속으로 질주하려면 승차감 보다는 안전성이 중요한데 차대받이 장치가 부드러우면 운전자가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어 사고의 위험이 높고 차가 출렁거려 멀미가 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오토매틱 기어를 좋아하는데 반해 독일 운전자들은 거의 대부분 스틱기어를 사용하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현대 자동차는 이런 차이를 모르고 독일 진출 첫해 차대받이가 부드러운 차를 시판했다가 현지 전문가들로 부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일은 현대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차대장치가 부드러운 모델을 딱딱한 모델로 바꾸는 데는 통상 3∼5년이 걸리는데 현대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1년만에 결점을 보완한 새 모델을 내놓았다.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이 큰 자동차 전문지들이 「기술적인 순발력이 대단히 뛰어난 기업」이라고 찬탄하는 기사를 게재했고 이때부터 현대자동차의 이미지가 급격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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