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불안과 개탄으로 들끓고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한 국회와 정치권의 모습과 자세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야의 입장을 떠나 팔을 걷어붙이고 국회를 전면 가동, 밤을 새워가며 진상규명 노력과 함께 총리와 관계장관등을 불러 책임을 추궁하고 사고수습과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함에도 며칠째 본회의를 유회하고 있음은 말도 안된다. 정치권은 국회를 즉각 정상화하는 한편 국정조사권을 발동, 조사활동에 나서야 한다.
붕괴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회가 마침 시작하려던 대정부질문을 연기하고 조사반을 구성한 것까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야당의 보이콧으로 본회의가 4일간이나 못 열리다가 뒤늦게 어제 건설위의 전체회의를 열어 이원종 전서울시장의 위증 여부를 가리기 위한 소위를 구성하고 이어 간담회 형식으로 김우석 건설장관을 상대로 질문공세를 벌인 것은 어색하기 만하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대응자세는 국민의 불안과 요구를 크게 해소하고 수용하기에는 거리가 먼 것이다. 청와대측 심기만 살피고 야당의 정치공세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뒤늦게 고위당정회의를 통해 「책임의 통감」을 피력하는 민자당의 태도는 책임있는 집권당의 자세답지 않다.
반면 이영덕총리의 사표가 반려된 데 대해 민주당이 크게 반발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사망자에 대한 애도, 그리고 반성을 내세워 며칠씩 국회를 보이콧한 뒤 총리등의 해임안을 내기로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해임안제출과 함께 온 국민의 분노와 불안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도 국회를 열어 사회분야질문을 앞당겨 준엄하게 추궁했어야 했다. 더구나 오늘 해임안을 내도 국회법112조에 의거, 본회의 보고에 이어 24시간 후 72시간 안에 표결하게 되어 있어 추궁은 더욱 늦어져 실기하게 되는 것 아닌가. 행정부를 견제·감독할 책임이 있는 국회가 이런 식의 맥빠지고 미온적인 대응으로는 국민으로부터 불신만 살게 분명하다.
이번 사고는 전 국민적·국가적 사건인 만큼 여야는 당략·정략적 자세를 초월해서 사고의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차제에 불실공사방지책을 마련, 정착시키기 위해 국회국정조사특위를 구성, 활동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건설부와 서울시, 그리고 각계·각인이 저마다 단기적·땜질식 처방을 쏟아내 국민들을 혼란케 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공정한 입장에서 관계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모든 대형불실교량보수의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렇게 해야 국민에게 실추됐던 국회의 위상과 권위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회가 국정조사권같은 훌륭한 민주정치의 장치를 갖고도 계속 사장시키는 것은 사고책임 못지않은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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