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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행정” 외침엔 「참사」 메아리/똑같은 사고반복…깊어가는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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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행정” 외침엔 「참사」 메아리/똑같은 사고반복…깊어가는 불신

입력
199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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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악몽 1년만에 유람선화재/사고→사과→대책 약속만 되풀이 또 참사가 빚어졌다. 성수대교 붕괴참사가 일어난지 사흘만에 다시 29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충주호 유람선화재사고가 터졌다. 성수대교 붕괴참사에 대해 김영삼대통령이 사과담화를 발표하기 3시간여전에 발생한 일이다. 지난해 10월10일 2백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로부터는 불과 1년이 지난 시점이다. 정부·여당으로서도 그야말로 민망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25일 상오 국회에 모인 민자당의원들은 할 말을 잊었다. 사흘전 성수대교 사고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던 민자당은 이날 또하나의 조사단을 구성했다. 공전되고 있는 국회본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의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찼다. 잇달아 터지는 사고를 가리켜 어느 의원은 『운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지역구민을 볼 면목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을 도와야한다』는 말도 나왔다. 『과거정권에 책임을 미루기보다는 국민앞에 보다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민의 속마음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의 표정이 이렇듯 한결같이 굳어져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특히 정국운영의 책임때문에 민심에 대한 동물적 후각을 갖고 있는 여당의원의 입에서 자조의 소리가 나올때는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징후이다.

 1년전 전국민을 경악케했던 서해훼리호사고당시 정부가 한 말을 다시 떠올려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수 있다. 「원시적 사고」 「어이없는 인재」라는 여론의 질타속에 정부는 허둥지둥 대책을 내놓았다. 청와대와 총리실, 관련부처가 연일 회의를 열었다. 국민과 정부의 충격은 이번 성수대교 붕괴참사에 못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첫번째 약속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었다. 사고 1주일후 청와대에서는 각 부처 장·차관, 외청장이 참석한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사과발언도 했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와 무책임, 불성실, 적당주의를 뿌리뽑지않고서는 안전사고의 근절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전진을 기대할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책임행정」은 최고의 국정목표로 설정됐다.

 그러나 정확히 1년뒤 발생한 충주호 유람선화재참사는 똑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책임행정이 전혀 구현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정원초과 승무원부족 정비불량 무리운항 안전규정불이행등 지난해 보여준 「관리부재」가 다시한번 재현됐다. 여기에 구조대의 늑장출동이라는 고질적 문제도 가세했다. 1년전에 한 정부의 약속은 국민의 불신감만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제 정부는 성수대교 붕괴참사를 계기로 1년전의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과를 하고 대책을 세운다. 앞으로는 절대 사고가 재발하지않을 것이라는 약속도 똑같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기직전에 발생한 유람선화재참사를 『운이 없다』거나 『아이러니』라는 말로 지나치는 것은 지금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치못한데서 나온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은 현정부의 개혁의지를 의심하지않고 있다. 분명 문민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숱한 개혁을 단행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선 행정기관에도 개혁의 물결이 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절대다수의 국민이 의심하고 있는 것같다. 연이은 사고의 충격도 크지만 더욱 우려해야할 것은 이를 계기로 노출되는 여권의 위기관리및 국정수행능력이다. 집권세력의 의지를 일선행정기관에 삼투시키는 철저한 의지가 없는한 어떠한 대책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수밖에 없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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