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참사나 충격의 언저리에는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큰 원인이 도사리고 있는 법이다. 그런 근원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채 참사가 터질 때마다 아무리 탄식과 사과만 거듭해 봐야 소용이 없게 된다. 최근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하도 대형사고가 터져나오는 바람에 우리 사회가 유례없는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듯 마냥 불안한 것은 왜 일까.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 사회 구성원과 사회 및 국가조직이 한꺼번에 대단한 중증의 「위험불감증」에 빠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우리 주변의 현실을 살펴 보면 모두들 평소엔 너무 무심하다 사고나 참사를 직접 겪고나서야 비로소 무서움에 정신을 잃고 허둥댄다. 그리고 너무 갑자기 무서움에 빠져들다 보니 슬기롭게 참사현장을 빠져 나오거나 제대로 수습할 줄도 모르게 될 수밖에 없다.
더욱 고약한 것은 위험불감증에 겹친 지독한 건망증이다. 참사 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교훈도 대책도 다 잊어버려 더 큰 참사를 자초한다. 신행주대교붕괴가 성수대교로, 서해「훼리」 침몰이 유람선 화재로 끝없이 악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증의 위험 무감각악순환은 개인생활에서부터 이미 뿌리박혀 있다. 가정 및 사회생활에서 위험예방 및 대피에 대한 인식이나 훈련이 안되어 있다. 또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우리 공직사회의 위험불감증이야 이미 너무나 악명이 높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그 다리를 끊임없이 살펴 위험을 예방하기는 커녕 실무조사팀들의 위험 및 긴급보수건의조차 오히려 묵살·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의 수준임이 이미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가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거듭된 확인 지시조차 『걱정없다』고 허위답변했을 것인가.
유람선을 타면 구명복 비치장소와 대피로를 미리 살펴두는 게 상식이다. 승무원들도 평소 익혀온 안전대피요령을 마땅히 숙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놀이에 취하거나 당황해서 결과적으로 소중한 목숨을 어이없게 버리기만 한다.
이런 개인이나 붕괴될 다리를 안전하다고 허위보고한 우리 공직사회나 모두 너무나 위험에 무감각해진 나머지 하루살이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렸다는 허망함마저 남는다.
결국은 모두가 우리 조직사회의 와해를 위협할 수준에 이른 오늘의 인명경시와 위기불감증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삶의 질과 함께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진 「내일」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 마땅할 때다. 그런 노력이 없을 때 앞으로도 다리는 무너지고 배는 침몰하거나 불타면서 허위보고사태도 계속 될 것이다.
우리 통치권과 당국은 그런 노력을 앞장서 이끌며 국가적 위기관리능력도 하루빨리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