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누수·수사애로 의식 “신중”/엄단 담화·여야 목소리가 “재촉”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촉발한 「국민적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정부는 결국 이원종 전서울시장의 「형사처벌 검토」 카드를 공개했다.
검찰은 수사초기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 이전시장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신영서울시도로국장등 실무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에서 완강한 부인에 부딪쳐 빠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정치권이 문책개각등에 시일을 끌자 『아직 이전시장의 사법처리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정치권의 움직임과 민심동향을 읽기에 들어 간 인상이었다.
이같은 신중한 자세의 배경에는 장관급인 서울시장의 재임중 행정행위를「직무유기」등으로 단죄할 경우 국민들에게 자칫 정권차원의 「누수현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책 해임당한 사람을 다시 사법처리하는 것도 극약처방이었다.
법률적으로도 성수대교의 붕괴위험에 대해 하급자들에게서 명확한 보고를 받았는지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섣불리 이전시장을 구속기소했다가 무죄판결이 날 경우 「부실행정에 날림수사」라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자세일 뿐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수사의 표적은 이원종전시장」이란 확고한 목표를 설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사실관계나 법리를 떠나 『서울시장이라도 구속하지 않고서는 민심을 한치라도 돌릴 수 있겠느냐』는 거리의 여론을 검찰이 모를 리 없다는 점을 토대로 한 분석이었다,
특히 24일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책임자 엄단」을 재차 강조한 것은 정부와 검찰이 며칠간 민심에 대한 효과를 저울질하며 조심스레 간직했던 카드, 즉「이전시장 처벌」조치를 공식적으로 내놓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검찰은 25일 이전시장의 소환조사와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면서도 『언론이 너무 앞서 가서는 안된다』 『혐의를 입증할 관계자들의 진술등 증거확보에 시일이 필요하다』는등으로 여전히 신중한 면을 견지하고 있다. 이같은 조심스런 움직임은 검찰의 말대로 수사자체가 어렵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마지막까지 「이원종 카드」의 효과를 심각하게 분석하고 있는 정치권의 입장이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검찰주변에서는 청와대등 정치권의 입장을 엇갈리게 분석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정치권이 이전시장을 구속하는 것이 민심 진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구속은 시간문제라고 단정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전시장의 구속이 민심을 달래고 정권자체의 난국을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정세 분석을 근거로 『검찰이 굳이 소득없이 칼에 피를 묻히겠느냐』고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전시장은 여러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한강교량 안전을 체크한 대통령에게 결과적으로 거듭 거짓말을 한 셈이어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분노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청와대의 강경기류는 당연히 검찰에 전해졌고 이에 따라 검찰은 이전시장의 사법처리를 전제로 총력 수사를 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잇단 공직비리와 대형사건·사고로 극도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고단위 처방」이 필요하다는 여당의 목소리와 갈수록 높아지는 야당의 공세도 검찰의 강경한 처리방침을 굳히는 요소가 되고 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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