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견·김홍도·장승업등 46명 80여점·「조선…」/김옥균글씨·월북김용준그림등 선봬·「근대…」 만추의 화랑가에 옛그림과 옛글씨에서 번지는 묵향이 국화향기 처럼 그윽하다. 조선시대 도화서에 소속되어 독특한 화법과 빼어난 필치로 이름을 날렸던 대표적 화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조선시대 화원화가전」과 근대로 오는 과정에 남긴 작품들이 모아진 「고서화 소품전―근대로 오는 길목」은 규모와 내용이 모두 충실한 전시회라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수묵정신을 이어갔던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조선시대 화원화가전」(30일까지 간송미술관, 762―0442)은 화원화가의 작품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전시회이다.
화원화가는 그림과 지도제작등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도화서에 소속된 중인층 직업화가로 김홍도 신윤복 안견등 조선 최고의 화가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안견(1410∼?)에서부터 조석진(1853∼1920년)에 이르기까지 46명이 그린 80여점인데, 시기별로 분류돼 있어 조선조 회화변천사까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조선초기 화풍을 대표하는 산수화의 대가 안견과 그의 제자인 이상좌 석경의 작품을 비롯하여 인물과 수석묘사에 뛰어난 김명국, 섬세·정교한 필치와 선명한 색채로 명말청초의 화풍을 보여주는 조세걸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또 해학과 풍자를 통해 서민적 풍취를 잘 담아낸 김홍도의 「마상청앵」, 인간주의적 욕망을 구체화한 신윤복의 「미인도」「상춘야흥」, 조선말기를 대표하는 장승업의 「신선도」등도 나왔다. 모두 당시로서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서화 소품전―근대로 오는 길목」(28일∼11월13일 학고재화랑, 739―4937)에는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의 그림과 글씨 1백50여점이 전시된다.
김옥균 유길준 박영효 김홍집등 개화파의 글씨를 비롯하여 황현 최익현등 위정척사파 선비들의 충정어린 편지, 을사조약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의 편지등이 출품될 예정이다. 작품마다 가격이 명시된 점이 또한 애호가들의 부담을 주지 않을 듯하다.
회화로는 허백련의 「화조도」등 9점, 김은호의 「수여적송」(신선도)등 3점, 8폭짜리 민화 「화조도」등이 전시되는데, 이들은 세련미와 함께 대담한 변형를 추구하는 근대 동양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특히 토착미를 살리면서 깊고 중후한 표현을 통해 근대미술을 개척했던 이상범 변관식 노수현등 근대 동양화 6대가들의 명작과 월북화가로 최근 해금된 김용준과 정종여의 작품은 이 전시회의 주요 볼거리가 될 것이다.【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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