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참사때 국민들은 온통 격한 분노로 들끓었다. 어디서든 누구에게서든 다리공사와 관리 책임자들에 대해 거의 증오에 가까운 욕설이 튀어나왔다. 어린 생명들의 허망한 희생 앞에서는 숱한 이들이 눈시울을 적시며 비탄해 했다. 그런데 울렁이는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또 대형참사가 터졌다. 성수대교 붕괴때 이미 감정을 다 소진해버린 사람들은 이제 분노할 기력조차 없다. 오히려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되는거냐」는 식의 자포자기와 허탈감이 솔직한 심정일것이다. 충주호 유람선이 안고있던 문제는 지난해 꼭 이맘때 3백명 가까운 애꿎은 인명과 함께 침몰했던 서해훼리호와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닮아있는지 기막힐 지경이다. 정원초과에 편법운행, 승선자명부 미작성에다 안전구난장비 미비등 각종 안전규정 불이행까지 그대로이다. 당시 대통령의 사과에 관련당국의 무수한 재발방지 다짐, 추상같던 수사기관의 엄단의지 표명은 결과적으로 부질없는 대국민 여론호도용인 셈이 돼버렸다. 성수대교 붕괴참사이후 연일 정부당국과 건설회사등이 내놓는 대책과 다짐이 그저 부산스러워 보일뿐 왠지 마음이 미덥지 않은 것은 왜일까.
충주호유람선 사고와 관련, 책임져야할 관계자와 공무원들은 성수대교 붕괴사고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들도 틀림없이 관계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직무유기와 무책임에 똑같이 개탄하고 분노를 터뜨리며 혀를 찼을 것이다. 그들은 성수대교사고 관련자들을 단순히 비난대상으로만 생각했을뿐 스스로도 똑같은 「범죄」를 부지불식간에 준비하고 있었음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과연 이들과 다르지 않은지, 그들을 떳떳하게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뢰는 도처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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