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사건」 유일한 증거… 법원심판대 올라/검찰·변호인 “우연의 일치 가능성”놓고 한판 유전자지문(DNA FINGERPRINT)의 감식절차가 미국에서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현대 법의학의 총아로 불리는 유전자지문이 법정에 오른 것은 미식축구의 영웅 심슨사건이 계기가 됐다. 심슨은 지난 6월12일 전부인 니콜 브라운과 그녀의 남자친구 로널드 골드만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최고 사형선고까지 가능한 심슨사건은 목격자나 직접적인 살인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유전자지문이 유일한 유·무죄 판결의 근거가 되어 있다.
유전자지문 감식의 신뢰성에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집중된 것은 우선 캘리포니아법원이 그동안 유전자지문을 언제나 증거로 인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특정사건의 유전자지문 감식과정과 방식을 학계에서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증거로 받아들였으며 특히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미국연구자문회의(NRC)가 92년 제안한 기준을 따랐을 경우에만 증거로 인정해왔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전자지문을 증거로 인정하는 추세지만 감식과정과 방법에 대한 공식기준은 없고 대체로 연방수사국(FBI)의 규정을 원용하고 있다. 의회는 92년 유전자지문감식기준과 감독기관을 정하는 법안을 상정했으나 FBI의 반대로 무산됐다.
유전자지문의 감식방법은 두 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84년 영국의 알랙 제프리박사가 개발한 제한효소절단법(RFLP)이다. 이 방식은 DNA다발에 절단효소를 섞어 특정염기결합부위를 잘라낸다. 잘라낸 염기들에 전류를 통과시키면 크기별로 재배치되는데 여기에 방사성물질을 첨가한 뒤 X레이필름에 현상시키면 특성이 선명하게 나타나 비교가 가능해진다. 이 방식은 최소10주이상의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혈액등 표본의 양도 비교적 충분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심슨사건에는 종합효소연쇄반응(PCR)방식이 적용됐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이 방법은 유전자다발중 각 개인의 특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특정부위를 추출해 1백만배이상 확대해 비교대상과 동일여부를 따지는 방식이다. PCR방식은 기존의 제한효소절단방식(RFLP)보다 훨씬 적은 양의 혈액이나 정액등의 표본으로 감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추출부위결정은 물론 우연의 일치가 생길 확률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연의 일치가 나올 확률은 한 부위마다 약 1백∼2천분의 1이다. 또 같은 인종끼리는 확률이 더 높아지는데 특히 미국과 같은 다인종사회에서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슨의 변호사들은 경찰과 검찰이 범행현장등에서 수거한 피묻은 장갑등 유전자지문감식을 위한 표본들이 손상됐다고 주장했다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PCR방식의 맹점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지난 8월 재판전 청문회과정이 TV로 전국에 중계되는등 심슨사건에 대한 미국내의 뜨거운 관심은 이제 유전자지문의 신뢰성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사측의 법정공방에 쏠려있다.【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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