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참사로 착잡해진 국민감정을 달래기 위해 김영삼대통령은 24일 저녁 사과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하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 담화를 듣고 답답한 국민의 심정이 얼마나 풀리고 흐트러진 민심이 얼마나 수습되었는지는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다. 다만 이 시점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으로 이번 참사에 얽힌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 담화를 들으면서 다같이 느끼는 것은 다시는 그런 대형 참사로 나라가 이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부터의 굳은 다짐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사과담화도 이것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작년 12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쌀시장 개방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에 이어 두번째다. 그동안 여러차례 대형사고가 일어날때마다 국무총리나 관계장관이 나서 사과와 아울러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굳은 결의를 과시하곤 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그런 약속은 번번이 빗나갔다. 이제는 너무나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상투어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곧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대통령의 재발방지 다짐을 믿고자 한다. 정말 다른 나라보기에도 너무나 창피한 그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말로서만 되는게 아니다. 결의나 마음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인 행동과 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것을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터질때마다 온통 벌집을 쑤신듯 떠들썩하다가도 며칠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리는게 우리의 잘못된 버릇이다. 이제부터는 정부도 국민도 그런 습관을 버려야 한다.
92년 신행주대교붕괴때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다. 93년 잇달아 터진 3개의 대형사고때도 마찬가지였다. 2백92명의 인명을 앗아간 서해페리호 침몰사건, 66명의 사망자를 낸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 그리고 78명이 죽은 부산 구포역 열차전복사고를 우리는 지금 이순간 다시 상기해봐야 한다.
정말 사고당시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만반의 조치를 강구해왔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대통령의 사과담화는 앞으로도 계속 나와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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