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주변의 재미 찾는 노력 돋보여 공영방송인 KBS의 오락프로는 상업방송과 달라야 한다. 결코 쉽지않은 이 목표를 그동안 KBS는 이뤄내지 못해 쩔쩔맸다. 누구나 아는 『건전하면서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것』을 만든다고 해놓고는 상업방송과의 경쟁에 휘말려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잔재주로 시선을 모으려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최근의 KBS는 변했다. 물론 일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프로그램이 본래의 의무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인다. 실존인물의 집념을 극화한 「인간극장」에 이은 대하드라마 「인간의 땅」이 드라마로서 공영성을 추구하고 있다면 「열린 음악회」 「TV는 사랑을 싣고」로 출발한 오락프로의 새로움은 「행복이 가득한 집」과 「빅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프로에서는 감동과 삶에 대한 소중함을 엿볼 수 있다.
22일 끝난 「인간극장, 마이다스의 손」(극본 이환경, 연출 이덕건)이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장인정신을 가감없이 그렸다면, 「TV는 사랑을 싣고」와 「행복이 가득한 집」은 주인공은 비록 연예인과 일반시청자로 각각 다르지만 결국 따스한 사랑의 얘기다. 패티김 이미자로 이어진 「빅쇼」역시 오랜 세월 외길을 걸어온 가수의 노래를 통한 솔직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KBS의 이같은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간단하다. 「정직」이다. 가수 김흥국은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차마 밝히기 어려운 집안식구들과 자신의 학력을 숨기지 않고 공개했다. 이들 프로는 솔직함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가공된 소재보다는 실제 삶과 생활주변에서 재미를 찾는 것도 KBS의 변화된 모습임에 틀림없다.
일부프로그램에서 아직 서툰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KBS가 보도뿐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에서 정직이 가장 큰 무기임을 깨닫고 사회 구석구석을 진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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