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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대신 사과로 수습”/김 대통령 대국민담화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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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대신 사과로 수습”/김 대통령 대국민담화 안팎

입력
199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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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직접상대 정국돌파」 선택/“안일한 시국대처 문제” 비판도 김영삼대통령은 24일 성수대교 붕괴참사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또 이영덕총리가 참사에 책임을 지고 제출한 사표는 예상된대로 반려했다. 여론과 야당이 주장하는 내각개편 단행대신 자신이 직접 국민앞에 나서 사과하고 호소함으로써 민심을 수습해보려는 쪽을 택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21일 이총리의 사표를 받고 이를 반려할 생각을 했을때부터 민심수습을 위한 후속조치를 염두에 두기 시작, 주말을 지내면서 대국민사과담화 발표 결심을 굳힌 것 같다. 담화에서 『이총리의 사표를 반려한 것도 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듯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와 사후수습이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직접 호소, 어려운 정국을 돌파하려 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대해 정부책임을 솔직이 시인하는 한편 그동안 우리사회가 질보다는 양, 실질보다는 전시위주로 흘러온 것도 한 원인임을 지적, 사회전체가 성급함과 졸속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호소했다. 향후 개혁방향을 암시하는 대목이자 국가전반의 정비와 쇄신에 대한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대국민사과와 호소를 택한데는 처음부터 내각개편 카드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크다. 김대통령이 내각개편문제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을 리는 없고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개각의 장단점을 검토해 보고했지만 김대통령의 의중이나 비서실의 대세는 개각시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기국회 폐회를 전후해 대폭적인 당정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고 여권입장에서 이때 출범할 내각은 그 중요성과 상징성이 정권출범때에 버금가는 집권2기 내각이 된다. 따라서 시간표상으로 이번에 이같은 내각개편을 단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연말 내각개편은 또 세계무역기구(WTO)가입비준동의안 처리후 야당공세에 대한 정국돌파카드인데 이번에 개각을 하면 그때 가서 돌파카드도 마땅치 않아 바뀐 내각만 상처를 입을게 뻔하며 그렇다고 또 개각을 할 수도 없으리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김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지난해 12월 9일 쌀시장 개방에 따른 사과이후 두번째이다. 현정부출범후 총리와 장관들의 수많은 대국민사과는 논외로 하고라도 대통령의 잇단 대국민사과는 정치적 책임의식을 국민앞에 보이는 측면이상으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관리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감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민자당내에서조차 처음에는 내각개편 목소리가 높았고 여권의 조율이 있은 뒤에도 일각에서 여전히 이 목소리가 잔존해 있을 정도로 개각요인이 있는데도 정국관리를 위한 여권의 정치스케줄때문에 무시된 것은 시국인식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비판말고도 당장에 현실적으로 야당의 정치공세에 직면해 있다. 김대통령과 정부는 집권2기 당정진용 출범을 앞두고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다.【최규식기자】

◎김대통령 대국민 특별담화(요지)

 지난 21일 아침에 있었던 성수대교사건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참담한 심경과 허탈감, 그리고 정부에 대한 질책과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대통령으로서 저의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심사숙고끝에 국무총리의 사표를 반려한 것도 무엇보다 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희생당한 분들과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삼가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국민여러분께 이 사건으로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하여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30여년에 걸친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실로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질보다는 양, 실질보다는 전시위주로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온 측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도 바로 내실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은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관점에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만성화되고 상습화되어 있는 부실공사를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함과 동시에 그 책임자와 관리태만으로 이런 결과를 초래케 한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토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우리안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위험을 점검하는 것을 비롯, 정부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를 다 취해나갈 것입니다.

 저는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우리사회의 관리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안이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층의 옆으로부터의 자기혁신과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병리현상의 표현이라는 인식아래 국가전반의 정비와 쇄신을 가속화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개혁은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이제 국민의 삶의 질이나 생명의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안전하고 항구적인 시설물을 후손에 물려준다는 자세로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빨리빨리」를 최선으로 여기는 성급함과 졸속으로부터 벗어나야 됩니다. 「적당히 그냥」이 없고 부실이 없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이렇게 경제개발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내실을 갖추는 방향으로 우리 모두의 제도와 의식을 개혁해 나가야 합니다.

 이번 사고로 우리가 좌절하거나 낙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공공시설물의 선진적 건설·관리체계를 도입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승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정 전반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통해 보다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개혁정책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여러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오늘이 진정 위기라면 그것은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번 사건의 교훈을 통하여 우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전기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간곡하게 호소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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