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미 상류층위선 통렬히 풍자/라스트신 “권위에 멋진 항거” 젊은층 열광/토니상 6번 받은 브로드웨이출신 실력파 약간 어눌해 보이는 20세의 총각이 장차 자기 아내가 될 여대생의 어머니와 동침, 세상을 경악시킨 「졸업」(THE GRADUATE·67년)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감독상을 받은 마이크 니콜스감독(MIKE NICHOLS·62)의 두번째 작품이다.
지적이고 위트가 있는 니콜스는 데뷔작인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는가」(66년)에서부터 「캐치 22」(70년) 「정사」(71년) 그리고 「상심」(86년)과 「헨리에 관하여」(91년)를 비롯해 올해 나온 「울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에서 인간의 어리석은 허점과 위선과 집착을 위트있게 풍자하고 날카롭게 해부해 왔다.
그의 이런 특징이 도드라지게 나타난 것이 미문화비평이자 반체제코미디인 「졸업」이다. 「졸업」은 미상류층의 위선과 물질만능사상 그리고 성적 관행과 세대차를 통렬히 비웃은 기념비적인 영화로 뉴욕타임스는 26페이지에 걸쳐 이 영화의 공과를 논하기도 했다. 영화가 나오자 당시 불안한 시대감정에 시달리던 소외된 젊은이들의 열화같은 호응을 받으며 순식간에 컬트무비가 됐고 4천만달러(요즘 돈으로 1억여달러)의 흥행신기록을 세웠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LA에 온 부잣집 아들 벤저민(더스틴 호프만)은 장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떠돌이처럼 겉돌면서 몰아붙이는 부모의 압력에 수동적 저항을 한다. 속물들 틈에서 고립된 채 지루해서 죽을 것같은 벤저민을 유혹하는 여자가 벤저민아버지의 동업자인 로빈슨씨의 부인(앤 밴크로프트)이다. 알코올중독자요 냉소적인 로빈슨부인이 아들같은 벤저민 앞에서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왼쪽 다리를 들어올려 육감적인 허벅지를 드러내자 벤저민이 『로빈슨부인, 당신은 지금 저를 유혹하려 하고 있어요』라며 당황해 하는 모습(로버트 서티스의 카메라가 삼각형으로 꺾인 로빈슨부인의 다리 사이를 통해 벤저민을 바라본다)은 인상적인 장면. 영화의 원작자인 찰스 웨브의 소설인물들이 모두 금발에 푸른 눈을 한 남가주 부르주아들이어서 주연배우로 로널드 레이건과 도리스 데이 그리고 로버트 레드퍼드와 캔디스 버건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섹스를 악수하듯 하며 일절 대화를 거부하는 로빈슨부인과의 관계를 통해 호된 성인의식을 치르는 순진한 벤저민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버클리대생인 로빈슨부인의 딸 일레인(캐서린 로스). 주변의 모든 것을 내팽개친 벤저민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예복차림의 일레인을 낚아채 둘이 함께 버스에 올라탄다.
니콜스는 이 라스트신에서 벤저민과 일레인도 결국은 그들의 부모와 똑같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 했으나 미국의 젊은이들은 이 두 청춘남녀의 줄행랑을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는 멋진 항거로 받아들여 당시 30세였던 호프만은 대뜸 청춘문화의 영웅이요 스크린의 빅스타가 되었다.
「졸업」은 풍자영화치고는 다소 유유자적한데 이런 분위기를 다독여 주고 있는 것이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르는 주옥같은 노래들인 「침묵의 소리」와 「로빈슨부인」및 「스카보로꽃시장」이다.
7세때 부모와 함께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서 미국으로 건너온 니콜스는 코미디언출신이다. 시카고대학서 만난 일레인 메이(후에 감독이 됐다)와 팀이 돼 50년대후반 나이트클럽서 즉흥코미디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브로드웨이로 진출, 데뷔작 「공원을 맨발로」(63년)등 잇달아 히트작을 내 토니상을 6번이나 받았다. 배우와 호흡이 잘 맞는 완벽주의자인 니콜스의 단점은 개인적 스타일이 뚜렷치 못한 점. 유명 TV저널리스트인 부인 다이앤 소이어와 뉴욕에서 살고 있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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