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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1995년의 봄」/민병용(남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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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1995년의 봄」/민병용(남과북)

입력
1994.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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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나라꽃을 들라면 단연 진달래꽃이다. 새 봄이면 모란봉에 화사한 얼굴을 드러내고, 높고 낮은 산야에서 피어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진분홍 진달래가 만개할 때 북한주민은 봄맞이 놀이를 나간다. 해마다 4월, 국제친선축제가 열릴 때도 행사장 안은 온통 핑크빛 진달래로 수를 놓는다. 무대공연이 끝나면 출연자에게 조화로 만든 진달래꽃을 주면서 축하를 한다. 북한사람은 진달래꽃을 사랑한다. 진달래가 피어날 새 봄이면 평양에서도 성조기가 펄럭이게 될 것이다.

 1995년3월 평양과 워싱턴DC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번에 미국과 북한의 핵서명에 있어서 가장 큰 성과라면 두 나라가 50년 가깝게 지속해 온 군사 적대관계에서 동반자적 새 관계를 수립해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정식 외교관계수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도 아메리카로부터 불어가는 변화의 바람은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우선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적대관계를 없애기 위해서 규제법령을 정비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1950년 제정된 적대국무역조항 「해외자산통제규정」과 「대외비상대비규정」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북한도 미국에 대한 철천지 원수의 이미지를 지워나가야 하고 북한교과서 개정도 불가피하다. 국민에게는 반미감정 순화를 위한 소양교육도 다시 시켜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미국의 대기업인 코카콜라·IBM·AT&T(통신회사), 그리고 호텔체인등이 1849년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때처럼 평양으로 몰려갈 날도 멀지 않았다. 이에 북한은 미국에 유학생및 기술자를 대거 내보내려고 하고 최신 첨단장비를 사들이느라고 바빠질 것이다.

 북한에도 자유와 개방화의 바람이 불도록 미국은 가깝게는 시장경제체제를, 그리고 멀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심기 위해서 조용한 행보를 쉬지 않을 것도 예상된다.

 김정일체제를 인정받은 북한은 이 기세로 일본과의 국교수립에도 다시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도 분명하다. 북한은 핵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평화협정체결을 추구할 것이고 주한미군의 철수도 회의때마다 단골메뉴로 올릴 것이다.

 미국은 평양을 연결하는 전화선을 가설할 책임도 있다. 미주에 사는 1백만교포의 평양행 발길은 더욱 잦아질 것이다. 이들 하나하나가 1995년에 만들어가는 역사의 한 조각들이다.

 분단50주년을 맞이하는 한반도에서 지금은 통일의 새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과 북이 나설 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경제인들이 북한을 위해서 큰몫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경제제일주의 정책으로 나진·선봉및 금강산개발, 그리고 중소기업의 대북한 투자에 과감하게 지원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남북한 경제공동체형성을 더 늦출 수는 없다.

 북한은 1984년부터 10년간 외국인투자를 위한 합영법실시로 1백40개기업의 1억5천만달러를 유치했다. 북한에 미국과 일본, 유럽의 기업이 합작으로 기선을 잡기 전에 한국기업이 대거 북한에 투자를 할 때이다. 월남·중동경기에 이어 새롭게 형성되는 한민족경제붐을 바로 통일로 연결해야 한다.

 이제 북한이 한국기업에 문을 활짝 열 때이다.<본사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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