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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없는 사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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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없는 사회(사설)

입력
1994.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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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으로 진입중이라는 사회에서 발생한 후진국형 사고의 연속은 우리사회가 기본이 부족한 사회라는 사실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성수대교 상판붕괴 사건을 가리켜「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 말은 외국에는 있는 가장 기초적인 질서와 상식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말이 된다. 기본이 없는 관계로 수 많은 아까운 목숨이 사라지고 국가적 망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비율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내고 있는 교통사고 역시 기본적 질서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빨간 불이 켜지면 정지하고 차선을 지키며 운행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선진국적 상식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사건들이다.

 거대한 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공장에서 조업에만 신경을 쓰고 수선과 유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경영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공장 전체가 멍들게 된다. 또 작업자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작업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당장 편한대로 일을 한다면 사고를 초래할 확률은 커지게 된다.

 공무원의 복지부동 역시 기본의 결여가 핵심이다. 많은 공무원들이 초과시간근무를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러나 국민을 위하여 꼭 필요한 일을 뒤로 한 채 윗사람한테 잘보이는 일이나 당장 무엇이 생기는 일에 골몰한다면 이것이 복지부동이고 기본의 부족이다.

 우리사회는 다음 세대에 기본의 결핍을 전승하고 있다. 사람되는 교육과 사회인으로서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교육은 뒤로 미룬채 당장 성적 올리기에 도움이 되는 쓸데 없는 지식주입교육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은 없고 잡다한 지식만 머리에 집어넣은 아이들이 자라면 기본없는 사회를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화려한 결과만을 추구하고 그 뒤에 숨은 과정은 무시했던 우리사회의 결과주의·한탕주의가 결국은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을 병들게 하고 많은 시민의 아까운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현재도 이러한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우리사회의 지도층은 인격의 기본이 무엇이고 가정의 기본이 무엇인가, 그리고 사회의 기본이 무엇이고 나라의 기본이 무엇인가하는 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회의 기본부터, 나라의 기본부터 처음부터 다시 쌓는, 제로베이스의 출발과 이를 도모할 리더십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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