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차 정든교정 돌때 울음바다/“어른들의 잘못에 너희들이…” 교사들 자책 『지현아, 아직도 너의 체온이 남아있는 교실에서 이 글을 쓴다. 지금이라도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뛰어올 것같은 너대신 책상위에 놓인 하얀 국화다발이 외롭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숨진 서울 무학여고생 이지현(17) 세미(18) 선정양(16)등 3명은 23일 하오 경기 고양시 벽제 서울 시립장묘사업소에서 가족 친지들과 영원히 이별했다.
이날 아침일찍 방지거병원등에서 영결식을 가진 유족들은 상오8시께부터 30여분동안 딸들의 정든 교정에서 합동노제를 지냈다.
영구차가 속속 도착, 정든 운동장을 한바퀴 돌면서 「석별의 정」을 나누자 학교안은 뜨거운 눈물바다로 변했다. 일요일인데도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발을 구르며 오열했고, 일부는 주저앉아 절규하듯 친구 이름을 부르며 몸부림쳤다.
무학여중고 개교이후 가장 가슴아픈 날이었다. 친구들의 품에 안긴 영정3개가 보라빛 꿈을 키우던 교정으로 내려선뒤 이지현양의 단짝 전련희양(17)이 달려나가 애끊는 편지를 읽었다.
『친구야, 사고없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렴』 답장을 기약할 수 없는 편지는 이렇게 끝맺었고 노제에 참석한 2백여명은 일제히 흐느꼈다. 한 교사는 『우리사회, 특히 기성세대인 우리가 못다 핀 꽃송이들을 저세상으로 보냈다』면서 『고개를 들고 아이들을 바로 쳐다볼 수 없다』고 괴로워했다.
운구행렬은 상오9시께 벽제로 가는 길에 서울시청앞 광장을 거쳐 낮12시가 넘어 장묘사업소에 도착했다.
화장 직전 지현양이 소속됐던 교내 합창봉사서클 「필리아」중창단 6명과 교회친구들이 눈물범벅이 된채 울음섞인 찬송가를 부르며 명복을 빌었다.
지현양의 어머니 권은주씨(43)는 평소 딸이 애지중지하던 흰색 장난감 강아지를 안은 채 몸부림치다 실신, 주위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누가 이 꽃송이들을 한줌의 재로 만들었는가.【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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