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아, 슬픔도 고통도 부정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우리 만나…』 성수대교 붕괴사고 희생자인 무학여고 1년 배지현양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한라병원 영안실에서는 23일 상오 조촐한 생일추모모임이 열렸다. 16번째 생일을 맞은 지현양은 차가운 냉동실의 알루미늄관 속에 누워있고 학급친구 50여명이 눈물범벅의 얼굴로 마주한 자리였다.
검은 리본이 둘러진 지현양 영정앞에 케이크와 간단한 다과를 차려놓은 모임은 시종 눈물로 얼룩졌다.
학생들은 『왜 우리가 가장 기뻐해야 할 생일날에 이같이 슬퍼해야 하는가』며 절규하는듯 했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5년째 고생하고있는 어머니 이명자씨(41)는 가슴에 묻은 딸의 영정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눈물만 뿌리고 있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아빠 면도기 챙기는 것 잊지말라던 말이 유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양은 사고 바로 전날인 20일 십이지궤양의 출혈로 삼성의료원에서 수술한 아버지 배룡수씨(45)의 다리를 주무르며 병간호를 하다 귀가가 늦었다. 그래서 아침6시35분에 떠나는 학교버스를 놓쳐 16번 시내버스를 탔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딸의 시신을 본 충격으로 십이지장 출혈이 재발해 중환자실에 실려간 아버지는 마지막 가는 딸을 지켜보지도 못했다.
1반 반장 이은영양(16)은 『지현이가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해 아픈 부모님 대신 집안 일을 도맡아가며 공부해왔는지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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