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인력 해외로… 건설붐에 과적차 폭증/79년말 강화된 설계하중기준서도 제외돼 한강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천호대교 잠수교 성산대교 원효대교등 70년대중반에서 80년대초반사이에 건설된 다리가 붕괴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이 시기에 건설된 다리들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과 보수작업이 서둘러 실시되지 않는한 언제 제2 제3의 성수대교 붕괴참사가 터질지 모른다고 교량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70년대중반은 중동건설붐으로 우수 건설인력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데다 본격화한 아파트건설붐으로 과적차량이 밤낮없이 한강다리를 넘나들던 시기.
또 당시 건설된 다리들은 당국이 시공 관리상 부실요인을 막기 위해 뒤늦게 대폭 강화한 교량설계기준의 적용대상에서도 모두 제외됐다.
이에 따라 건설전문가들은 천호대교(76년준공) 잠수교(76〃) 성산대교(80〃) 원효대교(81〃)등 이 무렵 준공된 다리가 대부분 설계 시공 관리등 총체적인 면에서 부실위험이 겹쳐 안전도가 가장 우려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70년대중반 국내 대형건설업체에 중동진출러시가 일면서 업계의 우수인력들은 너나없이 중동달러벌이에 뛰어들었다. 국내에 남은 인력은 상대적으로 설계나 시공능력이 처졌고 건설장비도 태반이 해외에 차출돼 국내 공사에 제대로 투입될 여력이 없었다는 것.
또 이때부터 강남 목동 상계동등 서울시내 신도시 아파트단지 건설과 한강종합개발사업등 대단위의 토목 건축공사가 곳곳에 벌어지면서 레미콘트럭 덤프트럭등 과적차량들이 교량에 충격을 가하는 일이 하루 24시간내내 이어졌다.
특히 당시엔 교량의 설계하중 기준이 DB18(최고하중 32.4톤기준)에 그쳐 이때 세워진 다리는 79년말 DB24(최고하중 43.2톤)로 강화된 설계기준에 모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중기준 DB18은 화물을 포함한 전체무게가 32.4톤인 차량이 시속 80㎞속도로 다리를 총 35만5천회 지나다니는데 견디는 설계강도다. 이 기준을 웃돌아 과적차량이 마구 운행할 경우 교량의 내구연한은 20년이하로 뚝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8톤짜리 덤프트럭의 적재한도는 32톤이고 레미콘차량은 28톤까지 싣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들 차량들은 운행횟수 단축을 이유로 40톤이상을 싣고 운행하는 것을 예사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과적차량의 통행은 교량의 수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2.4톤을 견디는 다리에 40톤이 넘는 차량이 한번 지나가면 32.4톤이하의 차량이 1천번 지나간것만큼 교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붕괴된 성수대교가 79년10월에 준공돼 당시의 복합적 부실 요인이 한꺼번에 겹친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77년4월 성수대교를 착공한 동아건설은 73년 사우디 고속도로공사를 시작으로 70년대중반 주베일항만공사등 해외 대형프로젝트에 잇달아 참여, 국제적 성가를 얻었었다.
대한토목학회는 성수대교가 준공된지 두달만인 79년12월 「도로교 표준시방서」를 개정, 주요 교량의 설계 하중기준을 DB18에서 DB24로 바꿨다. 사고가 난 성수대교는 당연히 새 설계기준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토목학회가 설계기준을 강화한 배경은 두가지. 국내에도 대형 건설사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자재차량이 급격히 대형화하는 추세인데다 당국의 과적차량 단속이 허술해 만약의 사고가 생길 소지를 설계단계에서 미리 막자는 취지였다. 또 국내 건설업계의 토목시공 기술수준이 낮고 행정당국의 교량관리 노력이 취약한 현실도 두루 감안됐다.
미국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교량의 설계기준은 DB18이고 지진등 천재지변이 잦은 일본조차 특수교량에 한해 DB24를 적용할뿐 대부분 다리는 DB18을 적용한다. 그래도 선진국의 교량은 시공후 50∼1백년은 끄떡없이 견딘다. 토목학회가 설계기준을 국제수준이상 높이는 고육책을 시도한 셈이니 국내 교량의 시공·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서울시가 20년이 지나야 정밀안전진단을 벌이는 규정에 얽매여 올들어 한남 양화 마포 잠실대교등 4개 다리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70년대 부실시공의 간판격인 성수대교가 먼저 내려앉아 버린 셈이라는 지적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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