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TV는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난 직후 현장의 모습과 구조장면등을 내보내며 일제히 톱뉴스로 취급했다. 사고소식을 전하는 특파원이나 뉴스캐스터나 한결같이 『믿기 어려운 사고가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일어났다』는 표정이었다. 하오에 배달된 6개 주요신문의 석간들도 제네바에서 타결된 북·미합의소식을 젖혀두고 성수대교붕괴소식을 1면과 사회면까지 할애, 큼직한 사고현장사진까지 넣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 매스컴을 통해 고국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했다.
일본의 유사사건사례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제휴사인 요미우리(독매) 신문 조사부에 내려갔을 때 입맛은 더 썼다. 안면이 있는 조사부원은 『북한의 테러가 시작된 것 아니냐』고 자못 진지하게 물어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멀쩡한 다리가 출근길에 내려앉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었다. 교량사고 사례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그는 『일본엔 그런 사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끄러웠다.
일본 내 온갖 사고유형의 자료 속에도 과연 성수대교사건처럼 「믿을 수 없는」 사고는 없었다. 일본의 건설회사와 도청이 교량의 안전점검과 사고방지를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 지를 찾아낸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일본의 교량건설의 초점은 안전성이 아니라 얼마나 시민들과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다리를 만드느냐로 모아져 있다. 안전성은 이미 상식에 속하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의 베이브리지, 도쿄만의 레인보다리등 유려한 미관과 야간조명의 아름다움으로 일본의 명물이 된 다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공기단축의 전시효과를 위해 빠른 속도로 다리를 건설하고 사후관리는 나몰라라 하는 적당주의 행정의 치부가 드러난 성수대교붕괴사고는 한국의 대외이미지를 10년쯤 후퇴시킨 대형악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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