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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광주 가꾸기(1000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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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광주 가꾸기(1000자춘추)

입력
1994.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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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침엔 덩치 큰 무등산 등성이들을 요리조리 올라보기도 하고 오후엔 판소리 가락같은 말소리의 친구들과 어울려 짭짤한 음식맛을 즐기며 광주에 산다. 조금은 열기가 있는 사람들이라 심란할 때도 있으나 가슴에 와닿는 정들이 깊어 정말 사람 사는 도시같기도 하다.

 이런 열기와 정과 한들이 풍류로 흘러 이곳을 「예향」이라고 부른다지만 그걸 딱 떨어지게 무엇이라고 보여주고 말해 줄 것이 없다는 걸 조금은 답답하고 아쉬워 했다.

 그런 광주에 요즘 꽤나 굵직한 문화행사들이 줄을 이어 열리고 있다.

 「국제발레 페스티벌」이라든지 「고암 이응노전」 「윤이상 음악제」 「볼쇼이 발레단」 「김흥수 초대전」등이 열리더니 이번에는 「프랑스 오늘의 현대작가전」이라는 국제적 위상의 작품전까지 개최되어 조용하던 이 도시에 새로운 문화형태의 장이 열리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좋은 공연장과 미술관을 지었고 뜻있는 분들이 자금을 적극 지원하고 시민들이 높은 호응으로 답하니 안될 일이 없었다.

 무엇부터 풀어가야할지 모를 문화도시의 윤곽은 이런 하나하나의 구체적 시작으로 그려가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문예진흥에 대한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든지 문화에 대한 당위성의 이론을 끈질기게 전개해 보았으나 그 결과에 대해서만은 항상 조용했다.

 이제 광주는 그 시작의 모습이 바람직해서 믿음이 간다.

 다만 밖으로부터 오는 신나고 새로운 모습의 문화에 빠져들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가 의문이다.

 『프랑스나 미국의 문화가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건 한국의 작가들에게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줄 뿐입니다. 여러분 스스로의 것인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해석과 표현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한 프랑스 미술평론가 필립 다장의 의미깊은 말이 생각난다.

 조그마한 눈높이로 변해가는 요즘 광주모습을 즐거워하며 밖의 것을 어떻게 수용해내고 스스로의 것을 어떻게 가꿔 나갈지 조금은 궁금해진다.<황영성 서양화가·조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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